4·10 총선 대승 분위기에 고무된 일부 야권 당선자들이 “압도적 과반을 몰아준 민심을 실천하겠다며 입법·사법·행정 모두에 대한 변화를 예고했다. 22대 국회는 한 달 반 뒤인 5월 30일 개원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추미애 당선인이12일 오전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참배한 뒤 악수를 나누고 있다./뉴시스

당장 법안 상정의 최고 권한을 쥔 ‘국회의장직’을 놓고 설왕설래가 이어졌다. 민주당은 원내 1당 자리를 지키며 22대 국회에도 국회의장직을 가져가게 됐는데, 6선 고지에 오른 조정식(시흥을)·추미애(하남갑) 당선자가 1순위 후보로 거론된다. 두 사람 모두 출마 뜻을 굳힌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추 당선자는 총선 전 라디오 인터뷰 등에서 “민주주의를 회복하는 혁신 의장에 대한 기대라면 얼마든지 그 과제를 떠안겠다”고 했다. 또 “국회의장은 중립이 아니다”라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국회법은 국회의장은 재직 동안 당적을 가질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무소속 신분으로 중립적 위치에서 여야를 중재하는 의회주의를 실천하라는 취지인데, 이에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장외의 강성 친야 지지층 사이에서는 ‘추미애 의장’에 대한 기대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 관계자는 “친명·강성 성향 중심의 당선자 구조로 봤을 때 22대 국회에서는 개혁에 대한 요구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21대 국회에도 민주당은 과반 의석으로 ‘쌍특검법(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대장동 50억클럽 의혹)’ 이태원특별법, 노란봉투법, 양곡관리법, 검수완박법 등을 단독 처리했다. 하지만 국회의장의 중재로 처리 시점이 늦춰지거나 쟁점 법안 상정을 거부한 일 등이 있었다. 이 때문에 국회의장이 초선 의원에게 ‘GSGG(개XX)’라는 욕설을 듣는 일도 있었다.

그래픽=박상훈

이른바 ‘대장동 변호사’ 출신인 김동아 당선자(서울 서대문갑)는 지난 12일 김어준씨의 유튜브 방송에서 총선일 직전 이재명 대표를 재판에 출석시킨 사법부를 비판하며 “헌정 질서에 대해 지금 사법부가 도전하고 있는 게 아닌가”라며 “사법부 개혁을 넘어 민주적 통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선 패배 이후 이재명 대표 수사가 본격화하며 ‘검수완박법’을 단독 처리했던 민주당이 이 대표가 4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사법부에 경고장을 던진 것이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와 황운하 당선인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파란불꽃선대위' 해단식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뉴스1

조국혁신당의 황운하 당선자(비례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펌글(다른 사람이 쓴 글)’이라면서 “(윤 대통령은) 사퇴하지 않으면 탄핵을 당하게 될 것 같다”고 썼다. 아직까지 ‘윤석열 탄핵’은 조국혁신당을 중심으로 직접 언급이 나오고 있지만, 민주당 부승찬 당선자(경기 용인병)는 지난 13일 열린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촛불대행진’에 참석했다. 부 당선자가 직접 마이크를 잡고 발언을 하지는 않았지만 이 집회의 구호는 “민심을 받들어 윤석열을 탄핵하라” “틈을 주면 살아난다 쉬지 말고 몰아치자”였다. ‘천공 관저 개입 의혹’ 제기로 대통령실로부터 고발당한 부 당선자는 앞서도 이 촛불 집회에 자주 참여했고, 원내 입성 후 활동 계획에 대해 “대통령실 이전 관련 국정조사를 추진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내홍에 빠진 여권에 대한 ‘훈수’도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 민형배 당선자(광주 광산을)는 “윤 대통령이 이번 심판에 대해 직접 사죄하고 야당을 파트너로 인정해야 한다”면서, ‘통합형 총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지금 상황에서는 민주당이 동의하지 않으면 총리 못 바꾸는 것 아닌가”라며, 국회가 추천한 인물 중에 총리 후보를 선택하라고 주문했다. 국무총리·비서실장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인물들에 대해 고민정 당선자(서울 광진을)는 “용산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다”고 했고,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에 대한 ‘돌려막기 인사’, ‘측근 인사’, ‘보은 인사’이며, 총선 결과를 무시하고 국민을 이기려는 불통의 폭주가 계속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