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실시된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비례대표 무효표가 역대 최다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국회의원 선거 비례대표 투표에서 무효표는 130만9931표가 나왔다. 전체의 4.4%에 해당하는 수치로, 국민의미래(36.7%)와 더불어민주연합(26.7%), 조국혁신당(24.3%)에 이어 넷째로 많은 표다. 개혁신당(3.6%), 녹색정의당(2.1%), 새로운미래(1.7%) 등도 앞질렀다. 개혁신당이 비례대표에서 2석을 얻은 것을 감안하면 ‘무효 당’이 만들어졌을 경우 3석 정도 의석 확보가 가능했던 수치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일인 지난 10일 강릉인라인스케이트장에 마련된 개표소에서 관계자들이 비례대표 투표용지를 수개표 하고 있다./뉴시스

비례대표 선거에서 무효표의 비율은 지난 2020년 21대 총선부터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된 이후 급증하고 있다. 준연동제 도입 이전에 실시됐던 지난 18~20대 총선 때는 무효표 비율이 각각 1.6%, 2.2%, 2.7%에 그쳤지만, 21대 총선에선 무효표가 122만여 표로 전체 4.2%를 기록했고 이번 22대 총선에서는 더욱 늘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지역구 의석과 비례 의석을 서로 연동해서 지역구에서 많은 의원을 당선시킨 당에 비례 의석을 적게 배정하는 제도다. 소수 정당을 배려한다는 취지로 채택됐지만, 거대 양당이 의석수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자신들은 비례를 내지 않고, 꼼수 위성정당을 만들면서 도입 취지가 무색해졌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대규모 무효표가 나온 것은 거대 양당이 국민의미래, 더불어민주연합 등 꼼수 위성정당을 만들고, 역대 최다인 38개 비례정당이 난립해 투표용지 길이가 51.7㎝에 달하게 되면서 유권자의 혼란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조국혁신당처럼 과거엔 창당 시도조차 어려웠던 정당들의 대거 출현을 조장했고, 유권자들이 기표소에서 정당의 이름조차 제대로 구별하기 어려운 지경을 만들어 비례대표 제도의 도입 취지를 왜곡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