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4·10 총선 지상파 3사의 출구 조사에서 단독으로 최대 197석을 얻는 압승을 거둘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개표에서 국민의힘 표가 예측보다 더 많이 나오면서, 수도권과 부산·경남, 충청 일부 지역에서 승패가 바뀌었다. 석패한 민주당 낙선자들은 “윤석열 정부의 실정(失政)으로 유리한 환경에서 선거전을 펼칠 수 있었다”고 평가하면서도, 범야권에 200석을 주는 데 대한 불안감이 막판 중도보수 유권자들이 여당에 표를 던지게 됐다고 봤다.
부산 사하을에서 5선 국민의힘 조경태 후보와의 대결에서 1만1120표(13.20%p) 차로 패한 민주당 이재성 후보는 “주민들이 가장 민감해한 것은 물가와 정부에 대한 실망감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지역 특성상 민주당을 대안 세력으로 보는 것을 주민들이 주저했고, 막판에 ‘야권이 200석이 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국민의힘의 읍소 전략이 통하면서 표가 10%포인트가량 이동한 것 같다”고 했다.
옆 사하갑에선 민주당 최인호 의원이 3선에 도전했으나 국민의힘 이성권 후보에게 693표(0.79%포인트) 차로 패했다. 최 의원도 “사실 개표 전까지는 낙선한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보지 못했다”며 “야권 200석 이야기가 나오니까 중도층이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 않으냐’며 움직인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전국적으로 선전하면 영남에선 오히려 (민주당을 견제해야 한다는) 역풍이 생긴다”고 했다. 최 의원은 민주당이 산업은행 본사 이전 등 부산 지역 숙원 사업을 풀어내는 데 소극적이었다는 점도 패인으로 들었다.
경기 성남 분당을에서 3선에 도전했던 김병욱 의원은 옆 지역구에서 넘어온 국민의힘 김은혜 후보와 접전 끝에 3063표(2.27%포인트) 차로 패했다. 김 의원은 “야당의 의석 수가 3분의 2를 넘을 수도 있다는 예측이 보수 결집을 초래한 것 같다”고 했다. 김 의원은 “민주당 다른 의원들을 설득해 1기 신도시 재건축 특별법을 통과시켰는데, 거대 야당 내 합리적인 의원이 이런 역할을 더 잘할 수 있다는 것을 주민들에게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다”고 했다.
서울 강남을에서 41.42%를 얻은 강청희 후보는 “서울 일부 지역 유권자들 사이에선 여전히 문재인 정부의 종합부동산세 중과세에 대한 적개심이 강하게 남아 있고, 이재명 대표가 ‘악마화’돼 있어 이 대표를 죄인처럼 본다”고 했다. 강 후보는 “후보 개개인의 선거운동과 진정성으로 돌파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며 “민주당도 강남 등 일부 지역에 대해 ‘도려내기’ 식으로 접근하지 말고, 합리적인 정책을 내놔야 한다”고 했다.
충남 서산·태안에서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에게 4265표(3.11%포인트) 차로 패한 조한기 후보는 “‘정권에 경고를 줘야 한다. 회초리를 들어야 한다’는 민심이 강했고 선거 현장의 분위기도 좋았다”고 했다. ‘비명횡사’ 공천 파동의 여파가 한동안 지속됐지만, 경로당 주5일 점심 제공, 온 동네 초등 돌봄 등 민주당이 민생에 밀착한 공약을 내놓으면서 그런 분위기는 잦아들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석패한 데 대해 조 후보는 “‘샤이 보수’라고 할 만한 분들, 윤석열 정부를 뽑으면서도 부끄러우니까 표시를 잘 안 내셨던 분들이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충북에서 국민의힘 후보에 석패한 한 후보는 “중앙당이 공약도 잘 냈고, 지역에 지원도 잘 해줬고, 정권 심판론 분위기도 강했는데 이런 결과가 나왔다는 것은 결국 일부 후보들의 ‘막말’ 논란으로 막판에 뒤집혔다는 것”이라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당선자도 “막판에 터진 양문석, 김준혁 당선자 논란 때문에 200석을 못 넘었다고 봐야 한다”며 “이재명 대표의 표정이 어두웠던 이유”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