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이해찬·김부겸 상임공동선거대책위원장 등 당 지도부가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제22대 국회의원선거(총선) 민주당 개표 상황실에서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보며 환호하고 있다./연합뉴스

10일 오후 6시, 범야권이 190석 안팎을 획득할 가능성이 있다는 방송 3사(KBS·MBC·SBS) 출구 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 마련된 민주당 선거 상황실은 축제 분위기였다.

이재명 대표는 오후 5시 50분 상황실에 입장했다. 이 대표와 이해찬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은 압도적인 승리 예측에도 다소 굳은 표정으로 박수를 쳤다. 민주당 후보들이 우세하다는 각 지역구 출구 조사 결과가 발표될 때마다 장내는 환호와 박수로 가득 찼다. 이 대표 얼굴에도 웃음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 대표는 김준혁(경기 수원정) 후보가 앞선다는 보도에 박수를 쳤다. 이재성(부산 사하을) 후보 패배가 예상된다는 결과에는 “아” 하며 탄식했다. 서울 강남과 부산 등에서 국민의힘 후보가 앞서는 결과가 나오자 고개를 갸웃거리기도 했다.

30분가량 개표 방송을 지켜본 이 대표는 김한규 후보가 제주을에서 1위가 예측된다는 보도를 보고 “우리 국민의 선택을 겸허한 마음으로 마지막까지 지켜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90도로 인사하며 “고맙습니다”라고도 했다. ‘압승을 예상했느냐’는 등 취재진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상황실을 떠났다.

계양을 찾아 주먹 ‘불끈’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1일 인천 계양을 선거 상황실에 들어서며 웃음을 짓고 있다. 이 대표는 계양을에서 자신에게 도전장을 낸 국민의힘 원희룡 후보를 물리치고 당선을 확정했다. /뉴스1

4·10 총선 승리로 민주당은 2021년 재·보선, 2022년 대선·지방선거 3연속 패배를 설욕하게 됐다. 민주당은 2021년 4·7 재·보선에서 서울·부산시장을 국민의힘에 모두 내줬다. 2022년 대선에서 이재명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0.73%포인트 차이로 졌다. 같은 해 지선에서도 광역단체장 17석 중 12석이 국민의힘에 넘어갔다.

이재명 대표는 대선 패배 4개월 뒤인 2022년 8월 민주당 당대표에 당선했다. 대장동 등 ‘사법 리스크’에 발목이 묶인 채 총선 지휘는 무리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검찰은 제1야당 대표에 대한 구속 영장을 두 차례 청구했다. 지난해 2월 부결된 이 대표 체포 동의안이 9월엔 가결되면서 이 대표는 최대의 정치적 위기를 맞았다. 비명계에선 이 대표 사퇴를 계속 요구했다.

그러나 법원의 구속 영장 기각으로 이 대표는 극적으로 기사회생했다. 민주당 지지층 역시 지난해 9월 단식과 지난 1월 흉기 피습 국면에서 최고조로 결집했다. 개혁신당과 새로운미래로 흩어진 비명계의 탈당 사태는 소규모로 마무리됐다. 임종석 전 실장, 박용진 의원 등 주요 경쟁자를 제거한 ‘비명횡사’ 공천 파문은 이 대표 입장에선 위기였다. ‘목발 경품’ 정봉주, ‘2차 가해 변호 논란’ 조수진 후보의 서울 강북을 공천을 2회 연속 취소하며 민주당은 몸살을 앓았다. 당 지지율도 급락했다.

하지만 공천이 끝난 뒤 비명계 탈락자들을 비롯, 문재인 전 대통령까지 지원 유세에 나서면서 민주당은 ‘단일 대오’를 형성했다. 야권 지지층이 결집했고 당 지지율은 반등했다. 선거 막판 딸 명의로 새마을금고 사업자 대출 11억원을 받아 ‘사기 대출’ 의혹이 불거진 양문석 후보와, ‘박정희는 위안부와 섹스했을 것’ ‘이대 총장이 이대생을 성 상납’ 등 발언을 한 김준혁 후보 논란이 일었다. 하지만 이 대표는 두 후보의 공천을 유지하며 정면 돌파했다. ‘정권 심판’ 대세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오히려 이 대표 등 지도부는 “윤석열 정부가 불법 관권 선거를 하고 있다” “여당에도 문제 후보가 많다”는 식으로 반격했다.

민주당의 이번 총선 승리로 이 대표에게 다음 대선까지 남은 걸림돌은 사실상 사법 리스크밖에 없다는 말이 나온다. 사법부도 압도적 의석을 가진 제1야당 대표의 재판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당내에 이 대표에게 맞설 만한 정치적 무게가 있는 사람도 찾기 어렵다는 평가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번 공천을 통해 당이 확실히 친이재명계로 재편됐다”며 “사법 리스크만 극복하면 별다른 문제 없이 대선 후보로 직행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