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혁 후보가 이화여대 초대 총장인 김활란 총장에 대한 확인되지 않은 발언을 했다. /유튜브 영상 캡처

이화여대는 2일 김준혁 더불어민주당 경기수원정 국회의원 후보의 ‘이대생 미군 성상납’ 발언에 대해 “법적으로 엄중히 대응할 방침”이라고 했다. 이대는 이날 “김 후보가 검증되지 않은 자료와 억측으로 본교와 구성원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대는 김 후보의 후보직 사퇴도 요구했다. 여성계는 물론 야권에서도 김 후보의 발언이 ‘성차별적’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김 후보의 문제 발언은 2022년 8월 14일 나왔다. 그는 나꼼수 출신 김용민씨의 유튜브에서 “전쟁에 임해서 나라에 보답한다며 종군 위안부를 보내는 데 아주 큰 역할을 한 사람이 (이화여대 초대 총장) 김활란”이라며 “미 군정 시기에 이화여대 학생들을 미 장교에게 성상납시키고 그랬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이대는 이날 공식 입장문에서 “김 후보의 발언은 본교와 재학생, 교수, 동창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본교 이미지를 크게 실추시키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국회의원 후보 신분으로서 가져서는 안 되는 여성 차별적이고 왜곡된 시각”이라며 “당시 여성들은 물론 현대의 여성에 이르는 전체 여성에 대한 명백한 비하 의도를 담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본교는 김 후보가 지금이라도 자신의 발언과 태도에 대해 즉각 사과하고 후보직에서 물러날 것을 요구한다”고 했다.

그래픽=김현국

논란이 일자 김 후보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역사학자로서 증언과 기록에 바탕을 둔 내용”이라고 반박했다. 그가 주장한 ‘기록’은 이임하 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 교수가 2004년 낸 ‘한국전쟁과 여성성의 동원’ 논문이다. 논문에는 1950년대 초 김활란 여사가 이대 학생들로 구성된 위문단을 조직해 부산 근처 군부대를 방문하는 등 국가기관의 지원 아래 미군 위문 활동을 수행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하지만 논문에 이들이 ‘성접대’를 했다는 말은 없었다.

하지만 이날 밤 민주당 선대위가 “김 후보의 발언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사과를 권고했다”는 입장을 내자, 김 후보는 바로 “정제되지 못한 표현으로 이대 재학생, 교직원, 동문의 자긍심에 상처를 입힌 점에 깊은 사과를 드린다”는 글을 올렸다.

2일 오후 김준혁 더불어민주당 경기수원정 국회의원 후보가 수원시 영통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두 주먹을 쥐고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후보 발언이 알려지자 야권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녹색정의당 박지아 선대위 대변인은 이날 “자극적으로 우리나라 대표적인 여자 대학을 언급한 건 성적 대상화의 전형적인 사례”라며 “성적 대상화는 성폭력의 근본적 이유”라고 했다. 그는 “학자적 양심이 아니라 자극적이고 성적인 발언을 선택한 인물이 국회의원 후보가 되는 것 자체가 여성과 성차별이 무시되고 배제되는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초대 회장이셨던 김활란 박사님과 이대, 이대 재학생 및 졸업생 전체는 물론 대한민국 여성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한 김준혁 후보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김 후보는 즉각 사퇴하라”고 했다.

한편, 이날 김 후보의 또 다른 과거 발언도 논란이 됐다. 김 후보는 2017년 10월 김용민씨 유튜브에 출연해 “6·25 전쟁 참전을 고마워하면, 친미 사대주의자”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김 후보는 ‘남한산성의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을 방법이 뭐가 있냐’는 김용민씨 질문에 “대미 사대주의 외교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답했다. 김 후보는 “쉽게 얘기해서 6·25 전쟁 때 미국이 참전해서 우리나라를 구해줬다는 생각하고, 임진왜란 때 명나라 군대가 참전해서 조선을 구해줬다는 생각하고 똑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