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4·10 총선에서 손꼽히는 격전지 중 하나는 ‘부산 사상’이다. 부산 사상에서 3선(18·20·21대)을 지낸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선거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접전지가 됐다. 국민의힘에선 장 의원 측근으로 알려진 김대식 전 여의도연구원장이 공천을 받았다. 더불어민주당에선 배재정 전 의원이 사상에서만 3번째 도전에 나선다. 배 전 의원은 2012년 19대 총선에서 민주통합당 소속 비례대표로 국회 입성에 성공했지만 20대, 21대 총선에선 사상에서 장 의원한테 연속 고배를 마셨다. 부산 사상은 장 의원이 불출마했던 2012년 총선서 문재인 전 대통령이 손수조 새누리당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던 곳이라 민주당에게 상징적인 지역이기도 하다.

◇배재정 “살고 싶은 사상 만들기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

부산 사상에서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배재정후보가 29일 엄궁동의 한 거리에서 유세 차량에 올라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이준우 기자

“부산 16개 구·군 중 사상이 ‘떠나고 싶은 지역 1위’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민주당 배재정 후보는 29일 오후 사상구 엄궁동 한 로터리에서 유세차에 올랐다. 배 후보는 연단에 서 “사상은 내가 어린 시절을 보내고 쭉 함께 지낸 곳”이라며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 기회를 달라”고 말했다. 유세차 주변에선 시민들이 모여 박수를 치며 배 후보의 이름을 연호했다.

배 후보는 28일부터 매일 아침 사상구 주요 로터리에서 1시간씩 유권자를 향해 큰 절을 하고 있다. 이날은 학장동 로터리에서 절을 했다. 배 후보는 “‘더 좋은 세상을 만들자’며 정치에 처음 뛰어들었던 초심을 떠올린다”며 “10년 가까운 시간동안 사상을 위해 힘써 온 배재정을 선택해주시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부산 사상에서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배재정 후보가 29일 오전 학장동 로터리에서 유권자를 향해 절하고 있다./배재정 후보 사무실 제공

배 후보는 사상구에서 감전초등학교와 주례여중을 나왔고, 부산일보에서 기자로 18년간 근무했다. 19대 총선 때 비례대표로 당선됐고, 20·21대 총선에선 사상에서 장 의원에게 각각 1.63%p, 5.49%p 차로 석패했다. 낙선 후에는 국무총리 비서실장, 민주당 비상대책위원 등을 지내며 경험을 쌓았다. 민주당은 상대적으로 야당 강세인 사상에서 배 후보를 통해 지역구 탈환을 노리고 있다. 배 후보는 △사상 일자리 재단 설치 △소상공인지원허브센터 건립 △서부산도심공항 복합터미널 건설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다. 배 후보를 지지하는 최모(48)씨는 “배 후보는 이 지역 발전을 위해 오랫동안 힘써왔다. 제대로 일할 기회를 주면 누구보다 잘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식 “중단없는 사상 발전 위해 여당 후보 밀어달라”

부산 사상에서 출마한 국민의힘 김대식 후보와 장제원 의원이 29일 오전 삼락생태공원 인근에서 아이들과 만나 인사하고 있다./이준우 기자

“잘 좀 부탁드려예. 중단없이 사상 발전 이어가겠습니다” “걱정마이소. 무조건 될깁니다”

국민의힘 김대식 후보는 29일 오전 부산 사상구 삼락생태공원 인근 제방둑에서 벚꽃놀이를 나온 시민들과 인사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 자리에는 장 의원도 함께 했다. 시민들은 김 후보와 장 의원을 둘러싸고 기념 사진을 찍기도 했다. 어떤 시민은 김 후보가 명함을 건네려하자 “안 줘도 뽑을 겁니다. 다른 사람한테 주이소”라며 사양을 하기도 했다.

부산 사상에 출마한 국민의힘 김대식 후보가 29일 오전 삼락생태공원 인근에서 시민들과 만나 손뼉을 마주치고 있다. /이준우 기자

김 후보는 동서학원 산하 경남정보대에서 총장을 지낸 인물이다. 현역인 장 의원과 가깝기 때문에 공천 과정에서 ‘내정되어 있던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김 후보는 “장 의원이 나를 (사상에) 꼽았다면 공천 1차 심사에서 바로 됐을 것이다. 사상에 공천된 것은 당을 위해 그동안 헌신해 온 점이 인정을 받은 것”이라며 “장 의원과 나는 손흥민과 김민재 같은 관계다. 각자의 역할이 있고 협력하는 사이”라고 말했다. 김 후보는 △제2벡스코 건립 △사상문화회관 건립 △삼락생태공원 국가정원 조성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다. 김 후보는 “서부산신청사 건립, 엄궁대교 건설, 삼락생태공원 활성화 등 사상에서 진행 중인 사업들이 수두룩 하다”며 “힘있는 여당 후보가 당선되어야 사상이 중단없이 발전을 이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김 후보를 지지한다는 이모(42)씨는 “젊은 사람과도 이야기가 잘 통한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김 후보가) 대학 총장 출신이기 때문에 아이들 교육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 오차범위 내 접전 벌이는 두 후보

두 후보는 여론조사에서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고 있다. 국제신문과 부산KBS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1~24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배 후보는 43%, 김 후보는 39% 지지율을 기록했다(95% 신뢰 수준. 표본오차 최대 ±4.4%p). 반면 뉴스1·쿠키뉴스·헤럴드경제가 공동으로 에이스리서치에 의뢰, 24~25일 성인 5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배 후보가 43%, 김 후보가 50% 지지율을 기록했다(95% 신뢰 수준. 표본오차 최대 ±4.4%p). 두 조사 모두 오차범위 내 접전 양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