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23일 공천 심사 결과를 발표한 가운데 서울에선 운동권 대 반(反)운동권 지역구 대결이 본격 시작됐다.

◇마포을, 美 시설 점거 vs 방화

4월 총선에 서울 마포을에서 대결할 국민의힘 함운경(왼쪽),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조선일보DB · 뉴스1

국민의힘은 1985년 미 문화원 점거 사건을 주도한 함운경(60) 민주화운동동지회 회장을 더불어민주당 정청래(3선·59) 의원 지역구인 서울 마포을 후보로 발표했다. 함 회장은 미국 문화원을 점거했고, 정 의원은 미 대사관저 방화 미수 사건에 가담했다.

함 회장은 서울대 삼민투(민족통일·민주쟁취·민중해방 투쟁위원회) 위원장으로 1985년 5월 미국 문화원 점거 농성을 지휘했다. 그는 이 사건으로 투옥(징역 6년 6개월)됐고 1988년 특사 이후에도 국가보안법 위반 등으로 두 차례 더 수감됐다. 반면 건국대 산업공학과 85학번인 정 의원은 학생운동의 ‘스타’였던 함 회장과 달리 변방에 있었다. 전대협 산하 서총련에서 과대표 자격으로 활동했다. 1989년 10월 서울 정동 주한 미 대사관저에 침입해 사제 폭탄을 던지고 시너를 뿌려 2년간 복역했다.

이후 두 사람의 삶은 엇갈렸다. 재야 운동을 하던 함 회장은 1996년 총선을 시작으로 수차례 출마했으나 낙선했고, 전북 군산에서 횟집을 하며 운동권 적폐 청산 운동을 펴다가 이번에 다시 출마했다. 마포구 성산동에서 학원업으로 성공한 정 의원은 2004년 처음 국회에 입성했고 지난 총선에서 3선 고지에 올라 민주당 수석 최고위원까지 됐다.

◇전대협 세대 vs “타도 운동권”

민주당도 이날 지역구 12곳에 단수 공천을 결정하고 경선 대상 지역 8곳을 발표했다. 친명계 박홍근·천준호·김민석 의원과 친문계 윤건영 의원 등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세대 운동권 출신 인사들이 계파와 관계없이 단수 공천을 받았다.

서울 중랑을에서 내리 3선을 한 박홍근(54) 의원은 “위선적 운동권 타도”를 외치며 도전장을 내민 국민의힘 이승환(41) 전 대통령실 행정관과 맞붙는다. 박 의원은 경희대 총학생회장과 전대협 6기 의장 권한대행을 지냈다. 20대 대선 이재명 후보 캠프 비서실장을 맡았고, 이재명 당대표 체제 출범 때 원내대표를 지냈다. 이 전 행정관은 서울 중랑구 토박이로 국회와 대통령실 근무 등의 경력을 쌓았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54) 의원은 서울 구로을에서 탈북 외교관 출신인 태영호(62) 국민의힘 의원과 대결한다. 국민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윤 의원은 전대협 5기 멤버로 활동했고, 참여정부 대통령비서실 정무기획비서관을 맡으며 본격 정계에 입문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에서 대북 정책을 주도했다. 태 의원은 10년간 주영 북한 대사관 공사로 근무하다 2016년 탈북했으며, 김정은 정권 비판에 앞장서고 있다.

서울 강북갑에선 천준호(53) 의원이 국민의힘 영입 인재인 전상범(45) 전 의정부지법 부장판사와 겨룬다. 천 의원은 경희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한국청년연합 등 시민 단체 활동을 거쳐 박원순 서울시장의 비서실장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비서실장을 맡은 친명계 핵심이다. 이 지역에 도전장을 낸 전 전 판사는 강북구 수유동에서 나고 자랐다. 전 전 판사는 “86 운동권식 편 가르기 정치를 끝내야 한다”고 했다.

서울 영등포을에선 김민석(3선·60) 의원이 공천을 확정받았다. 김 의원은 1985년 서울대 총학생회장과 전국대학총학생회연합체(전학련) 의장직을 맡았고, 그해 서울 미국 문화원 점거 농성 사건과 삼민투 사건 총책으로 3년간 복역하는 등 1980년대 학생운동의 중심 인물로 활약했다. 국민의힘에선 박민식(59) 전 국가보훈부 장관과 박용찬(60) 전 당협위원장이 공천을 두고 경합하고 있다.

그래픽=송윤혜

◇1980년대생 대결도 성사

충남 홍성·예산에선 양승조 전 충남지사(65)와 강승규 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비서관(61)이 맞붙는다. 이날 민주당은 천안에서 4선 국회의원을 지낸 양 전 지사를 전략 공천했다. 국민의힘에선 강 전 수석과 홍문표(4선) 의원이 경선을 치를 예정이었지만 홍 의원이 전날 경선을 포기했다.

서울 도봉갑에선 1980년대생 대결이 벌어진다. 민주당은 현역 인재근(3선) 의원이 불출마하는 이 지역에 안귀령(35) 당 상근 부대변인을 공천했다. 국민의힘에선 김재섭(37) 전 비상대책위원이 후보로 나선다.

그래픽=송윤혜

================================

[정정 및 반론보도]

본보는 지난 2월24일 <‘美문화원 점거’ 함운경 vs ‘美대사관저 방화 미수’ 정청래… 운동권 大戰>이라는 제목의 보도에서 美대사관저 방화미수 사건에 가담하였고, 전대협 산하에서 서총련 과대표 자격으로 활동했던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과 운동권 스타 함운경이 대결한다고 보도하였습니다.

사실확인 결과 정청래 의원 관련 사건은 ‘美대사관저 방화예비’로 확인돼 이를 바로잡으며, 정 의원 측은 “전대협 산하 서총련 과대표라는 직책은 존재하지 않았다”고 밝혀왔습니다. 이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