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개인이 가상 자산을 팔아 얻은 수익에 대해 1년에 5000만원까지 비과세 혜택을 주겠다고 공약했다. 금융 당국이 금지해 온 가상 자산의 발행, 가상 자산 기반 상장지수펀드(ETF)의 발행도 허용하겠다고 했다. 가상 자산 거래를 제도화하고, 가상 자산 투자자에게는 세제 혜택까지 주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민주당은 김남국 의원의 가상 자산 거래를 둘러싼 논란을 의식한 듯 국회의원의 국회 회기 중 가상 자산 거래를 금지하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21일 국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디지털 자산 공약’을 발표했다. 민주당 정책위원회는 “디지털 자산 생태계는 새로운 디지털 경제를 구현할 핵심 인프라”라며 “글로벌 흐름에 맞춰 규제 공백 문제를 해소하고 지속 가능한 생태계 조성을 위한 준비가 시급한 시점”이라고 했다. 이 의장은 “민주당은 디지털 자산 제도화를 통해 ‘건전한 시장, 안전한 투자, 다양한 사업 기회’ 여건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했다.
민주당 공약의 주 내용은 가상 자산 시장을 다른 금융 상품 시장에 준하는 수준으로 제도화하는 것이다. 민주당은 먼저 현재 국내에서 금지된 가상 자산의 발행을 조건부로 허용하겠다고 했다. 한국거래소 등 공적 기관의 사전 심사를 통과한 가상 자산에 한해 발행을 허용하고, 기관투자자의 가상 자산 시장 참여도 단계적으로 허용한다. 가상 자산과 연계된 금융 상품의 출시도 부분적으로 허용해, 비트코인 등 주요 가상 자산을 기반으로 하는 현물 ETF의 발행과 상장을 허용하겠다고 했다.
가상 자산을 매매해 얻은 수익에 대해서는 세제 혜택을 주겠다고 했다. 2025년 1월 1일 시행 예정인 금융투자소득세 제도는 주식 등 금융 상품을 거래해 얻은 차익 중 1년에 5000만원까지는 비과세하고, 이를 넘어서는 차익에 대해서는 20~25%를 세금으로 가져가는데, 가상 자산 매매 차익에 대해서는 5000만원 한도 비과세가 적용되지 않는다. 가상 자산 매매 수익은 ‘기타 소득’으로 분류돼, 1년에 250만원까지만 비과세되고 이를 넘어서는 수익은 과세된다. 하지만 민주당은 가상 자산 투자로 인한 소득도 다른 금융 투자 소득과 마찬가지로 5000만원까지 비과세하겠다고 했다. 또 다른 금융 투자 상품들과 합해 손익 통산과 손실 이월 공제가 적용되도록 하겠다고 했다. 또 가상 자산 기반 현물 ETF를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 담을 수 있게 해, ISA에 대한 세제 혜택의 적용을 받을 수 있게 하겠다고 했다.
이는 윤석열 정부가 폐지하겠다고 밝힌 금융투자소득세를 예정대로 도입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공약이기도 하다. 지난달 2일 윤 대통령은 증시 개장식에서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했었다.
민주당은 가상 자산 거래의 투명성도 높이겠다며, 현재 국내 가상 자산 거래소가 개별적으로 운영하는 오더 북(거래 장부)을 국내 증권 시장처럼 통합하겠다고 했다. 이러면 현재 거래소별로 이뤄지는 가상 자산 거래가 사실상 단일한 공간에서 이뤄지는 것과 같은 효과가 난다. 또 가상 자산 관련 법률과 디지털 자산 기본법을 제정하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또 가상 자산 관련 입법 과정에서 국회의원의 이해충돌 가능성을 막기 위해, 의원의 가상 자산 거래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겠다고도 했다. 민주당 소속이었던 김남국 의원이 국회 회의 중 200차례 넘게 가상 자산을 거래하고, 가상 자산 관련 법안 심사에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해충돌 논란이 벌어지자 내놓은 대책이다.
다만 민주당의 공약은 의원이 국회 ‘회기 중’에 가상 자산을 거래하는 것을 금지하겠다는 것으로, 국회의원 임기 내내 가상 자산 거래를 금지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국회 회기는 정기회와 임시회를 모두 합해도 연중 일부 기간에 불과하고, 국회 회기에 속하지 않는 기간은 지난해에 35일, 2022년에 84일에 달했다. 법안에 대한 논의는 회기 중이 아닌 때에도 이뤄지기 때문에, 회기 중 가상 자산 거래 금지만으로 의원의 이해충돌을 막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