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출범 후 20여 일 만에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압승한 것은 유권자들이 ‘국정안정론’에 대거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의 0.7%포인트 차 ‘신승’이 두 달 반 만에 호남·제주를 뺀 사실상 전 지역의 승리 혹은 우세로 바뀐 이유다. 이에 따라 윤석열 정부가 극단적인 국회 여소야대(與小野大) 상황에도 국정 운영 주도권을 쥘 가능성이 커졌다.

이준석 상임선대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 김기현 공동선대위원장 등 당 지도부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국민의힘 제8회 지방선거 개표상황실’에서 출구조사 결과를 보며 환호하고 있다(위).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앞줄 왼쪽 네 번째)을 비롯한 지도부 및 의원, 당직자들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민주당 개표상황실에서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구조사 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더불어민주당이 대선 이후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 박탈)’ 등 입법 독주를 강행하고, 대선 패배의 책임이 있는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과 송영길 전 대표가 선거 전면에 다시 등장해 ‘대선 불복’ 논란이 인 데 대한 유권자들의 심판 성격도 크다고 분석했다. 유권자들이 민주당에 성찰과 쇄신을 요구한 선거 결과라는 것이다.

국민의힘 압승의 가장 큰 원동력은 이른바 ‘윤풍(尹風)’이란 평가다. 윤 대통령은 5월 초만 해도 집무실 이전 등에 대한 부정적 여론으로 지지율이 40%대 초반을 기록해 이번 선거에 대한 불안감이 컸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취임 후 청와대 개방 등으로 집무실 이전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어느 정도 잠재웠고,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을 거치며 지지율이 상승하며 50%대로 안정을 찾았다. 또 선거 직전 역대 최대인 62조원 규모의 코로나 손실 보상 추경을 통과시키면서 추진력을 인정받았다는 설명이다.

이번 선거는 정권 교체의 ‘실질적 마침표’라는 의미도 있었다. 이재명 후보의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로 ‘대선 연장전’ 성격이 부각되면서 국민들이 윤석열 정부에 확실히 힘을 실어줬다는 평가다. 지난 대선에서 윤 대통령이 47만표를 뒤졌던 경기도에서 이번엔 ‘윤심(尹心)’을 앞세운 김은혜 후보가 오후 11시 현재 앞서고 있고, 이재명 후보가 두 차례 시장을 했던 성남에서 국민의힘 신상진 후보가 당선이 유력한 것은 지난 대선을 달궜던 ‘대장동 사건’ 등에 대한 유권자들의 진상 규명 의지를 보여준 것이란 설명도 나온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대선 패배 후 “성찰과 혁신”을 다짐했지만, 선거 과정 막판 586 용퇴 등 쇄신안을 놓고 지도부가 충돌하는 난맥상을 노출했다. 여기에 대선 직후 170석이 넘는 압도적 의석을 바탕으로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 박탈)’ 등을 밀어붙이면서 자신들이 칼자루를 쥔 의회 권력이 일방 독주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환호하는 국민의힘 - 국민의힘 지도부가 1일 오후 국회도서관 지하 대강당에 마련한 개표상황실에서 지상파 3사의 지방선거 출구조사가 발표되자 두 손을 들고 환호하고 있다. 왼쪽부터 권성동 원내대표, 이준석 대표, 김기현 공동선대위원장.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국민들이 보내주신 성원에 매우 감사하고, 무엇보다 지방행정에 상당한 부분을 담당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 /남강호 기자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민주화 이후 처음으로 5년 만에 정권이 교체됐는데도, 민주당은 ‘졌지만 잘 싸웠다’는 말도 안 되는 이유로 패배의 책임이 있는 이재명·송영길 후보를 전면에 내세워 대선 불복 논란을 자초했다”며 “여기에 무리한 검수완박 추진으로 오히려 본인들이 심판받는 상황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선거는 야당에 제대로된 쇄신을 하지 않으면 진보의 종말을 볼 수 있다는 국민들의 경고”라고 했다.

정부·여당은 이번 승리를 발판으로 부동산 세제 개편, 기업 규제 완화, 연금과 교육 개편 등 국정 운영에서도 정면 돌파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민주당도 이번에 민심을 제대로 확인했을 것”이라며 “2년 뒤 총선이 있는 만큼 무조건적 반대는 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