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이후 59일만에 등장… 계양산 공연장서 “출마합니다” - 6·1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 단수 공천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8일 인천 계양구 계양산 야외공연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발언하고 있다. 이 후보는 “위기의 민주당에 힘을 보태고 어려운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끌기 위해 위험한 정면 돌파를 결심했다”고 했다. /이덕훈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경기지사가 8일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이 전 지사가 공식 석상에 나타난 것은 지난 3월 10일 대선 선대위 해단식 이후 59일 만이다. 계양을은 2004년 17대 총선 이후 민주당이 내리 5선을 차지할 정도로 민주당 텃밭이다. 그러나 이 전 지사는 “위험한 정면 돌파를 결심했다”며 “인천부터 승리하고 전국 과반 승리를 이끌겠다”고 말했다. 이 전 지사 출마에 부정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진 인천 친문 국회의원 3명(홍영표·김교흥·신동근)은 기자회견에 참석하지 않았다.

이 전 지사는 이날 인천 계양산 야외 공연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저의 정치적 안위를 고려해 지방선거와 거리를 두라는 조언이 많았고, 저 역시 조기 복귀에 부정적이었던 것도 사실”이라며 “당이 처한 어려움과 위태로운 지방선거 상황을 도저히 외면할 수 없었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치러지는 6·1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의 열세가 예상되는 만큼, 당의 강력한 요구에 ‘불려 나온’ 모양새를 취한 것이다.

이 전 지사는 “지난 대선에서 심판자는 선택받고 유능한 일꾼은 선택받지 못했다”며 “대선 결과의 책임은 제게 있다. 책임지는 길은 어려움에 처한 당과 후보들에게 조금이나마 활로를 열어주는 것”이라고 했다. 또 “저의 출마를 막으려는 국민의힘 측의 과도한 비방과 억지 공격도 (출마) 결단의 한 요인”이라고 했다. 야당은 이 전 지사의 출마가 ‘수사 방패용’이라고 비판해왔다.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을 향해서는 “대장동에서 해 먹고 (제주) 오등봉에서 해먹고 (부산) 엘시티에서 해먹고” “온몸이 오물로 덕지덕지한 사람”이라며 독설을 쏟아냈다. 당초 원고에는 없는 거친 표현이었다. 그는 “도둑 막아보겠다고 열심히 하다가 먼지 좀 묻었다고 나를 도둑놈으로 몰면 이게 상식적인 정치겠냐”고 했다.

이 전 지사는 대선 패배 후 집 현관 문을 나선 게 이날로 네 번째라고 했다. 그중 한 번은 “우리 문재인 대통령께서 마지막으로 고생했다고 술 한잔 주시겠다고 해서 (청와대에) 갔다 온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이른바 ‘개딸(개혁의 딸)’이라 불리는 지지자 1000여 명이 모여 “아빠” “사랑해요” 등을 외쳤다. 이 전 지사는 “이럴 줄 알았으면 (출마) 고민을 좀 덜 할 걸 그랬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전 지사는 계양을 출마와 함께 총괄상임선대위원장을 맡아 전체 선거를 지휘한다. 지방선거 ‘과반 승리’라는 목표를 공식화했는데, 광역단체 17곳 중 9곳 이상에서 승리하겠다는 뜻이다. 이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이 전 지사의 정치적 입지 약화는 불가피하다. ‘명분 없는 출마’라는 비판을 무릅쓰고 조기 등판한 만큼 지방선거에서 패배할 경우 8월 당권 도전은 어려워질 수 있다.

그의 출마를 두고는 여야 모두에서 비판이 나왔다.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전 지사 출마와 관련해 “원칙과 공정이라는 가치 앞에 혼란스러워지는 마음”이라며 “공적인 가치를 너무 가벼이 보는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된다”고 했다. 수도권의 한 민주당 중진 의원은 “정치 상식에 맞지 않는 출마”라며 “이 전 지사에게도 민주당에도 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허은아 수석대변인은 “진정으로 책임의 길에 나서고 싶다면, 이 전 지사는 선거에 나갈 것이 아니라 성실히 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했고, 윤희숙 전 의원은 이 전 지사의 출마선언문에 대해 “역사상 가장 후안무치한 피의자 도주 계획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