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통령 선거 본투표를 하루 앞둔 지난 8일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서울시청 광장에서 마지막 유세를 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남강호 기자

국민의힘 윤석열 대통령 후보가 10일 오전 2시 15분 현재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0.8%포인트가량 앞서면서 당선 가능성이 커졌다. 윤 후보가 승리할 경우 문재인 정부 실정에 대한 심판 여론이 가장 큰 승인으로 꼽힌다. 작년 11월 여야 후보 확정 이후 ‘정권 교체’ 여론은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50%를 넘었다. 이런 상황에서 ‘반문(反文·반문재인)’의 구심점으로 나선 사람이 윤 후보였다. 다만 두 후보 간 표 차가 크지 않다는 점에서 누가 이기든 민심은 이번 선거를 통해 여야 간 ‘협치’를 주문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정치권에선 “반으로 갈라진 국민을 통합하는 일이 절실해졌다”는 말이 나왔다.

윤 후보가 승리할 경우 이는 부동산 값 폭등, 탈원전, 북핵 능력만 키워준 남북 대화 등 문재인 정부의 정책 실패와 조국 사태,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등 정권의 불공정 행태에 대한 심판이 겹쳐진 결과로 해석될 수 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이번 선거는 문재인 정부 5년에 대한 응징 투표 성격이 있었다”고 했다. 국민들은 조국·추미애 전 법무장관과 대척점에 섰던 윤 후보를 문재인 정권의 ‘대항마’로 인지하고 지지했다.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윤 후보 같은 사람이 이긴다면 ‘정권 교체’ 구호 하나로 이렇게 뒤진 것에 대해 민주당원 모두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민주당이 20년 장기 집권을 이야기하고, 180석을 갖고 국회에서 폭주하는 데 대한 견제 심리도 있었다고 본다”고 했다.

윤 후보는 지난 6월 대선에 도전하면서 ‘공정과 상식’을 기치로 내걸었고, 선거 내내 이를 동력으로 삼았다. 국민의힘 최형두 의원은 “윤 후보가 승리한다면 공정과 상식이라는 시대정신을 선점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선거전이 시작되면서 터진 대장동 사태와 이 후보 아내 김혜경씨의 법인 카드 유용, 공무원 갑질 의혹은 ‘공정과 상식’의 불꽃을 키우는 땔감이 됐다. 윤 후보는 본인의 도덕성을 문제 삼을 만한 결정적 하자는 나오지 않은 반면, 이 후보는 형수 욕설, 대장동 비리 의혹 등 본인과 직접 연관된 의혹이 제기됐다. 윤 후보 배우자 김건희씨의 허위 경력 의혹이 터졌지만 이는 이 후보 아내 김혜경씨 논란으로 상쇄됐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윤 후보보다 이 후보의 ‘후보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컸다”며 “이 후보가 본인과 배우자, 대장동 의혹에 대해 결과적으로 국민이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이런 민심을 바탕으로 10%포인트 차 우세를 점칠 정도로 여유 있는 승리를 자신했다. 하지만 출구 조사에서 격차가 예상보다 줄어들자 “의외”란 반응을 보였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와 맞물려 이재명 후보의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으로 서울에서 격차가 컸는데 선거전 막판 민주당의 뒤집기 네거티브 공세가 효과를 본 것 같다”고 했다.

이 후보는 정권 교체 여론에 밀려 공식 선거운동 시작 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윤 후보에게 앞선 적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이날 방송사 출구 조사는 0.6%포인트 차로 당락(當落) 예측이 어려울 정도로 초접전이었다. 출구 조사에서 20대에서는 윤 후보(45.5%)가 오히려 이 후보(47.8%)에게 밀렸고, 30대에서도 윤 후보(48.1%)와 이 후보(46.3%)의 격차가 크지 않았다. 민주당에선 선거 막판 야권 단일화 이후 친문·비문으로 흩어졌던 여권 지지 표와 2030 여성 표가 이 후보로 결집했다고 보고 있다. 민주당 중진 의원은 “선거 막판 윤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의 단일화 이후 여권 성향 유권자가 결집하는 역풍이 불었고 그 결과 초박빙 상황으로 나타난 것 같다”고 했다. 윤 후보가 선거를 앞둔 지난 2월 초 언론 인터뷰에서 “집권 후 적폐 청산”을 주장하고 나온 것도 여권 표 결집을 불렀다고 민주당은 보고 있다.

한 선거 전문가는 “두 당은 지역·세대·성별 등에서 유권자 분할과 사생결단식 대결 구도로 지지층 결집 극대화 전략을 썼다”며 “그러나 팽팽한 접전 양상은 국민 통합과 협치를 하라는 민심이 반영된 결과”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