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가 버리고 간 내 사랑이 운다”
“사랑을 담아두지마”
“내가 웃지 않거든, 그 날은 그냥 내버려둘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0여년 전 블로그에 남긴 손발이 오그라드는 감성 글귀가 MZ세대에게 폭발적 반응을 얻고 있다. 2000년대 유치한 싸이월드 감성에 익숙한 M세대(1981~1996년 출생)들은 “나도 저런 글 썼었지”라며 공감하고 있고, Z세대(2000년대 초반 출생)들은 “한 아저씨의 주접 일기같다” “중독성 있다”며 즐거워하고 있다.
1일 트위터를 중심으로 이 후보가 2005년부터 2010년까지 운영한 블로그가 화제를 모았다. 현재 포털사이트에 나오는 이 후보 블로그와는 다른 블로그다. 과거 블로그가 뒤늦게 주목을 받게된 가장 큰 이유는 이 후보가 올린 거라고는 믿기지 않는 수백개의 감성 글 때문이다. 당시 그는 아내와 두 아들을 둔 40대 가장이었다.
블로그는 15개의 카테고리로 분류돼 있었는데, 그중 ‘동영상 스토리’ 카테고리에 집중적으로 감성 글이 게재됐다. 주로 사랑·우정·인생을 주제로 한 글들이었다.
“삶이란 때론 이렇게 외롭구나”, “맘대로 넘어오지마. 안 그럼 진짜 사랑해버린다”, “눈물이 난다. 평생 흘리지 않기로 한 눈물 네가 버리고 간 내 사랑이 운다”, “가족은 하늘이 맺어준 인연이라면, 친구는 내가 선택한 가족이다”, “사랑은 답이 없습니다”, “오지마. 사랑해버릴 것 같아”, “아무 것도 안 하고 계속 이러고만 있어야지. 니가 와서 안아줄 때까지”, “완벽한 남자보다 사랑 앞에서 약간 바보스러운 남자가 좋다”
감성 글 작성 시기는 대부분 2006년대였다. 이 후보는 2006년 5월 성남시장 선거에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선거 전후에도 이 후보는 열심히 감성 글들을 올렸었다. 심지어 하루에 5~6개씩 쓴 적도 있다.
글을 본 네티즌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싸이월드와 인터넷 소설 등으로 오글거리는 감성이 익숙한 M세대들은 “귀여니 소설 읽는 줄 알았다”, “블로그 정독하느라 시간가는 줄 몰랐다”, “옛날 싸이월드 감성 좋다”, “내가 싸이월드에 퍼온 글이랑 비슷하다”, “멘트 하나하나 주옥같다”, “금광이다. 파도 파도 계속 나와”, “오랜만에 친구들이랑 깔깔 웃었다”, “싸이 했으면 명예의 전당 올라갔을 듯”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들은 마음에 드는 글 밑에 ‘퍼가요~♡’라는 댓글을 남기며 이 후보 감성에 공감을 표시했다.
반면 Z세대들은 이 후보 블로그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며 “이거 진정 정치인 블로그가 맞나”, “남의 흑역사를 읽는 기분”, “남이 써준 거죠? 웃겨 죽겠다”, “이재명 아저씨 주접 일기다”, “누가 갱년기를 물으면, 이재명 후보 블로그를 보여줘라”, “이 시절 감성 탐난다”, “무뚝뚝할 줄 알았는데 인간적이다” 등의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이 후보 글들이 인기를 끌자, 이날 오후 ‘이재명 블로그’가 트위터 실시간 트렌드에 오르기도 했다. 또 트위터 이용자들은 음성 대화 서비스 ‘스페이스’를 통해 ‘이재명 블로그 낭독회’까지 열며 이 현상을 즐겼다. 또 이 후보 블로그 안부 게시판에는 “사랑을 배우러 왔어요”, “성지순례 왔습니다”라는 글도 이어졌다.
이 후보 블로그에는 감성 글만 있는 게 아니다. ‘초코 쉬폰 만들기’, ‘치즈맛이 폴폴 치즈빵’ 등 400개가 넘는 요리 레시피도 있다. 가족에 대한 애틋함도 담겨 있다. 이 후보는 두 아들과 찍은 과거 사진과 글들로 남다른 부성애를 드러냈다. 또 소년공 시절 어려웠던 집안 이야기, 정치 입문 스토리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