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27일 “국가를 위해 특별한 희생을 했다면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하는 것이 공정이고 정의”라며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한 대출 만기연장과 ‘신용대사면’을 공식 발표했다. 그는 또 자영업 지원을 위해 “기본소득 공약도 미루겠다”고 했다. 이는 코로나 확산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이번 대선의 승부처는 자영업자층과 중도층이란 판단 때문이다. 이 후보는 야권 단일화 결렬 이후 “선거 때 서로 합치고 누구를 눌러서 포기시키지 말고 국민투표에서 과반을 못 넘기면 자연스럽게 합종연횡하고 연합정부 만들 수 있는 결선투표제를 도입해야 한다”며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통령 후보가 27일 경남 창원 상남분수광장에서 선거 유세를 하기 위해 마이크를 잡고 단상에 올라가고 있다. 이 후보는“지도자가 점쟁이에게 묻지 않고 경륜 있는 학자에게 물어서 과감히 밀고 나가면 세계 경제 5대 강국, 주가지수 5000포인트가 어렵겠느냐”고 했다. /남강호 기자

이 후보는 이날 경남 창원·울산·부산 유세 등에서 “먹고사는 문제, 코로나 문제, (우크라이나) 전쟁 문제, 북한이 미사일도 쐈다. 솔직히 불안하지 않나”라며 “지도자가 점쟁이에 묻지 않고 경륜 있는 학자에게 물어서 과감히 밀고 나가면 세계 경제 5대 강국, 주가지수 5000포인트가 어렵겠느냐”고 했다. 그는 또 “제가 살면서 이해하지 못할 것을 많이 경험했는데 그중 하나가 금융”이라며 “어디에나 하후상박의 원리가 적용돼야 하는데, 금융에서는 돈 많고 경력 많으면 저리에 장기대출 되고 돈 없고 경력 없으면 대출받지 못한다”고도 했다. 힘든 자영업자들이 오히려 돈을 제대로 못 빌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 후보는 이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등을 겨냥한 ‘긴급금융구제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그는 우선 ‘코로나 위기 구제 특별프로그램’을 가동해 지난 2년 동안 발생한 자영업자의 빚 부담을 덜어주고, 여기에서 더 나가 ‘신용 대사면’ 조치를 통해 금융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조치하겠다고 했다. 이 후보는 그동안 코로나로 연체 위기에 처한 자영업자의 채무를 국가가 인수하고 관리하자고 주장해왔다. 여기에 임차료와 인건비 등 고정비 탕감 프로그램인 한국형 급여프로그램(PPP)을 도입하고, 자영업자에게 5000만원의 정책 자금을 저금리로 대출해주는 등의 추가 지원책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그는 또 2030 청년을 우선 대상으로 최대 1000만원까지 저금리로 장기대출을 해주겠다고도 했다. 이낙연 전 대표도 이날 제주 유세에서 “(추경을 통해 자영업자·소상공인에) 1명당 300만원을 일률적으로 드리고 있고, 추가 지원책도 만들 것”이라고 했다.

그는 전날 경기도 의정부 유세에선 “확실하게 앞으로 경제를 살리는 방법으로 50조원 정도면 충분히 가능하다”면서도 “국가 사정이 너무 어려워 기본소득은 재정상의 부담이 있어 조금 미뤄 하겠다. 코로나 극복에 집중하겠다”고 했다. 자영업 지원을 위해 기본소득 공약을 연기하겠다는 것이다.

이 후보가 기본소득까지 연기하며 자영업 지원 공약에 올인하는 것은 자영업자층의 여론 변화가 대선에 결정적이란 판단 때문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22~24일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지지율 조사에서 이 후보(38%)가 윤 후보(37%)를 오차 범위 내에서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일주일 전에 비해 전체적으로 윤 후보는 4%포인트 줄었고 이 후보는 4%포인트 올랐다. 같은 기간 자영업자의 윤 후보에 대한 지지율은 43%→37%로 줄었고, 이 후보의 지지율은 41%로 동일했다. 자영업자층은 경제와 여론에 민감한 풍향계 역할을 한다는 평가다.

여기에 민주당은 이날 의원총회를 열고 국무총리 국회추천제, 대통령 4년 중임제·결선투표제 등을 주 내용으로 정치개혁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윤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협상이 이날 결렬되자, 정치 개혁을 내세워 반(反)윤석열 표를 결집시키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우상호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은 이날 “야권 단일화는 더 이상 신경 쓸 변수가 아니다”며 “윤 후보가 (기자회견을 열어) 단일화 결렬의 책임을 안철수 후보에게 덮어씌우려 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