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통령 후보가 28일 경북 경주시 황리단길에서 자건거를 타고 유세하고 있다. 이 후보는 이날 “통합 정치를 하자는 게 이재명의 주장이고 안철수의 꿈이고 심상정의 소망 사항”이라고 했다./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27일 “세상에 어떤 대통령 후보가 정치 보복을 공언하느냐”며 “(정치 보복은) 하고 싶어도 꼭 숨겨 놨다가 나중에 몰래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전(前) 정권 적폐 수사’를 언급한 것을 겨냥한 것이다. 이를 두고 야당은 “이 후보의 본심이 드러났다” “문재인 정부가 보복 대상이냐”며 역공에 나섰다.

이 후보는 27일 울산 유세에서 윤 후보를 겨냥해 “국민을 대체 뭐로 보는 것이냐” “지금도 이런데 진짜 대통령이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나”라며 이같이 말했다. 윤 후보가 앞서 집권 시 전 정권 적폐 청산 수사에 대해 “시스템에 따라 하는 것”이라고 말한 것을 ‘정치 보복 선언’이라고 규정하며 나온 말이었다. 이 후보는 “정치적 안정이 정말로 중요하다”며 “우리가 촛불 들고 힘겹게 만들었던 민주공화국을 확실하게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야당은 곧장 “누구에 대한 정치 보복 의지를 밝힌 것이냐”며 역공에 나섰다. 주어와 목적어가 없는 해당 발언에 이 후보의 정치 보복 의지가 드러났다는 것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명박·박근혜 정부에 대한 수사는 진행됐으니 이재명 후보는 숨겨뒀다 어디다가 정치 보복을 하겠다는 건가”라며 “여당 관계자 이야기대로 이재명을 탄압했다던 문재인 정부이냐”라고 썼다. 이어 “이낙연 후보를 유세장에서 홀대하는 영상이 힌트냐, 아니면 저를 봉고파직하고 김기현 원내대표를 위리안치시키겠다는 선언이 힌트냐”라고 했다. 대선 전략의 일환으로 문재인 정부와 ‘거리 두기’를 해온 이 후보를 친문 진영과 갈라치기하는 전략이다. 허정환 국민의힘 선대본부 수석부대변인은 논평에서 “이 후보가 숨겨왔던 본심을 드러낸 것”이라고 했다.

일부 친문 당원들이 동요하는 조짐도 감지된다. ‘권력은 잔인하게 써야 한다’고 했던 이 후보의 과거 발언도 거론되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여전히 움직이지 않고 있는 ‘반이재명 친문 진영’은 문재인 정부 보호를 위해 이 후보를 찍지 않겠다고 한다”며 “막판 선거운동 과정에 정치 보복을 언급한 것 자체가 실언에 가까운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당 경선 때 이낙연 후보를 지지했다가 최근 윤 후보 지지 선언을 한 정운현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도 이 후보의 발언에 대해 “대통령이 되면 은밀하게 정치 보복을 하겠다는 말”이라며 “은연중에 속마음을 드러낸 건 아닐지”라고 했다.

이 후보 측 관계자는 “윤 후보의 오만한 태도를 지적하면서 나온 발언”이라며 “정치 보복 선언을 한 당사자인 국민의힘이 교묘하게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날 경북 경주 유세에서도 “경제를 살리려면 정치를 안정화해야 하는데, 정쟁하느라 정치 보복 하느라 싸우면 안 된다”며 “없는 죄를 있나 없나 뒤지고 탈탈 털고 요만한 것을 이만하게 만들어서 공격하고, 정치적으로 압박하는 걸 정치 보복이라고 한다”고 윤 후보를 재차 비판했다.

이 후보는 이날 경북 포항시청 광장 유세에서는 “성남시 공무원들이 부정부패로 전국에 유명했다. (역대) 시장은 전원 예외 없이 감옥 갔는데 제가 유일하게 안 간 시장”이라며 “경기도에서도 2년 만에 전국 최고 도지사로 평가받았다”고 말했다. 성남시장·경기지사 시절 능력과 청렴도를 인정받았다고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이 후보가 대장동 개발 비리의 책임을 부하 직원들에게 떠넘기려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 후보는 “리더는 국정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 모르는 게 자랑이 아니다. 머리를 빌려도 빌릴 머리라도 있어야 한다”며 “똑같은 조선(임금)인데 선조는 외부의 침략을 허용해 수백만 백성이 죽게 했고 정조는 조선을 부흥시켰다. 이것이 리더의 자질과 역량”이라고 했다. 윤석열 후보를 선조에, 자신을 정조에 빗대 ‘인물 경쟁력’을 강조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