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서울역 인근 차도에서 비틀대며 발견된 새끼 고양이의 주인을 찾는다는 블로그 글이 재조명되고 있다. 해당 고양이를 입양한 ‘집사’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부부라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서다.
길고양이 40여 마리를 돌보는 ‘트루러브캣쉼터’ 운영자 김민경(49) 대표는 2017년 7월 4일 자신의 블로그에 ‘구조가 필요한 아기 냥이(고양이)를 도와 달라’고 요청하는 글을 올렸다.
김 대표는 “서울역 근처 차도에 비틀비틀 돌아다니는 아기 고양이를 학생이 발견했다”며 “설사를 하는데 먹지도 않는다고 한다. 외면하면 생명이 위독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비쩍 마른 고양이 모습에 앞뒤 안 가리고 글을 올리지만 아무런 대책도, 자신도 없다”며 “염치없지만 혹시 이 아기 치료에서 임시보호, 입양까지 도와주실 분 있느냐”고 물었다. 태어난 지 3주 정도 된 새끼 고양이는 뼈만 남아 앙상했다. 온몸에 곰팡이도 퍼져 있었다.
해당 고양이에 대한 새로운 글이 올라온 건 9일 뒤다. 김 대표는 “구조되자마자 천사 입양자에게 입양되어 곰팡이 피부병과 설사 등 치료를 꾸준히 하고 있다”며 “밤낮으로 정성을 다해주셔서 이제는 입양자댁 아이들과 잘 어울리고 있다”고 했다. 사진에는 새끼 고양이가 강아지와 노는 모습이 담겼다. 고양이는 자신보다 몇 배나 덩치가 큰 강아지에게 다가가 몸을 비비는 등 친숙한 모습이다.
이후 블로그에는 이 새끼 고양이에 관한 글이 종종 올라왔다. 2018년 3월에는 ‘나비’라는 이름을 얻었다며 훌쩍 큰 고양이의 사진이 공개됐다.
이 고양이와 관련한 글이 가장 마지막으로 올라온 건 지난해 7월이다. 김 대표는 “입양 간 나비 소식에 하루가 행복하다”며 “나비는 유독 아빠쟁이라고 한다. 애교가 보통이 아니고 아빠하고만 있고 싶어하고 아빠한테만 ‘꾹꾹이’한다며 많은 사진을 보내주셨는데 사진에서 행복이 묻어난다”고 했다. 그러면서 “평생 가족을 찾는 것이 제일 부담이고 어려워 때론 포기도 하는데 이렇게 행복한 소식이 있기에 오늘도 희망을 갖고 입양을 부탁해본다”며 “사지 말고 입양하라”고 당부했다.
김 대표가 올린 사진 속 훌쩍 큰 나비는 침대에 한 남성과 함께 있다. 남성의 얼굴을 가려 당시에는 누군지 알 수 없었지만, 윤 후보가 최근 소셜미디어에 반려견과 반려묘 사진을 공개하자 온라인에서는 해당 남성이 윤 후보라는 추측이 제기됐다. 윤 후보는 과거 나비와 침대에 누워있는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는데, 남성의 베개나 침대 시트가 블로그 사진과 같다.
또 나비가 입양되자마자 찍힌 사진 속 강아지는 윤 후보 반려견 ‘마리’라는 의견도 나왔다. 윤 후보는 지난 1월 트위터에 “나비가 집에 오던 날 마리 표정이다. 마리는 성격이 온순하고 착해서 집에 새로 오는 동물들은 모두 마리가 키웠다”며 사진을 올렸다. 쉼터 블로그 사진과 강아지와 고양이 모습이 똑 닮았다.
◇쉼터 대표 “처음엔 유명한 분인지 몰라…지금까지 매달 후원도”
김 대표는 28일 조선닷컴과의 통화에서 “입양자는 윤 후보 부부가 맞다”고 했다. 5년 전 구조 요청 글을 올리자마자 윤 후보 아내 김건희씨로부터 연락이 왔다며 “고양이는 처음 키워본다는 이야기에 잘 키울까에 대해 의심도 했었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김 대표는 “(김씨가) 고양이 치료 비용이 비싸도 모두 부담하겠다는 말에 믿어도 되겠다 싶어 맡겼다”며 “지금까지도 매달 고양이 사료를 쉼터에서 구매하는 등 후원을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언제 윤 후보인 줄 알았느냐’고 묻자 “새끼고양이를 맡기고 김씨가 한번 식사 초대를 한 적 있었다”며 “그때 남편 이름이 윤석열이라는 얘기를 들었는데, 정치에 관심이 없어서 그냥 그런가 보다 했다. 나중에 우리 남편이 알려줘서 검사 고위직에 있는 분이라는 걸 알았다”고 했다. 그는 “윤 후보가 대선에 출마한 후에도 주변에 고양이 입양자가 윤 후보 부부라는 걸 얘기하지 않았었다”며 “길고양이 입양을 홍보하기 위해 예전에 올린 글이 정치적으로 해석될까 봐 조심스럽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