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통령 후보가 20일 경기 안양시 안양중앙공원에서 열린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통령 후보가 “미국의 전문가도 인정했다”며 호명(呼名)한 미 인사가 과거 ▲북한과의 평화협정 체결과 ▲북한의 핵 보유국 인정 등을 주장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내 친북(親北) 성향 인물들과 포럼을 조직해 활동했다는 문제 제기도 나왔다. 국민의힘은 “이 후보가 자신의 외교·안보 구상을 홍보하기 위해 아무 전문가나 데려다 혹세무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李가 언급한 美 전문가, 알고보니…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통령 후보 페이스북

이 후보는 19일 페이스북에 ‘대한민국의 국익과 미래, 美 전문가도 인정한 이재명이 책임지겠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가 “에세이 전문의 일독을 추천드린다”며 공유한 글은 다니엘 래리슨 시카고대 박사가 미 퀸시연구소의 온라인 매체(Responsible Statecraft)에 쓴 것이다. 래리슨 박사는 이 글에서 “국익 중심 실용외교의 이재명이 더 냉철하고 책임감 있는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향후 미국에 더 유용한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반면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에 대해선 “대한민국의 국익을 해치고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후보가 페이스북에서 미 전문가를 호명한 것은 자신의 외교·안보 구상이 윤 후보보다 우위에 있고, 미 워싱턴DC를 중심으로 하는 외교·안보 담론장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음을 강조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 후보가 인용한 래리슨 박사는 과거 다수의 글에서 ▲북한과의 평화협정 체결 ▲북한 핵보유국 인정을 주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래리슨 박사는 작년 9월 자신의 블로그에서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그냥 북한과 평화협정을 맺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했다. 또 같은 해 8월에는 ‘Antiwar.com’에 실은 글에서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하며 ▲미국의 제재 해제 ▲북한과의 정식 평화협정 체결과 상원의 비준 등을 언급했다.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조 바이든 정부나 ‘평화협정이 북한에게 주한미군 철수 요구의 빌미를 줄 것’이라는 하원 일부의 기조와는 다소 차이가 있는 내용이다.

지난 2015년 크리스틴 안씨 등이 속한 '위민크로스 DMZ'의 북한 방문을 다룬 노동신문 기사. /노동신문·연합뉴스

야당은 또 “래리슨 박사가 과거 미국 내 대표적인 친북(親北) 인사로 꼽히는 여성평화단체 ‘위민크로스 DMZ’의 크리스틴 안(한국이름 안은희) 등과 포럼을 조직해 함께 활동했다”고 했다. 안씨는 2015년 비무장지대를 북에서 남으로 종단하는 행사를 벌였는데, 당시 북한 노동신문은 ‘안씨가 북한 만경대를 여러 번에 방문했고, 김일성 주석이 한평생 인민의 자유와 해방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바치셨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이후 국내에서 안씨의 발언을 놓고 ‘친북’ 논란이 됐는데, 안씨는 이후 뉴스타파 인터뷰에서 “북한 노동신문과 한국 언론이 모두 발언을 왜곡한 것”이라고 했다. 야당 관계자는 “이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점은 평화협정이 비핵화에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 野 “李, 일부 의견 끌어와 유권자 혹세무민” 비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통령 후보(사진 왼쪽)가 지난 11일 서울 중구 매경미디어센터에서 열린 한국기자협회 주관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와 악수를 하고 있다. /이덕훈 기자

이 후보가 자신의 외교·안보 구상이 해외에서 인정받고 있고, 윤 후보보다 우위에 있음을 강조하기 위해 위해 미 전문가를 인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 후보는 지난 10일 페이스북에서 윤석열 후보의 ‘선제 타격’ 발언을 비판하며 “제2총풍을 시도하는 윤 후보가 한반도 전쟁 발발 가능성을 키우는 4대 요인의 하나라는게 해외군사전문가의 분석”이라고 했다.

이 후보가 공유한 기사에서 가리킨 ‘외신’은 한국계 미국인인 최승환 일리노이주립대 교수의 글이었다. 그런데 최 교수는 다른 글에서 윤 후보에 대해 “외교 자문이 말하라고 하는 대로만 말하는 것처럼 보인다” “외교 정책 포인트들을 외워서 말하는 것 같다” “이재명 후보가 미국의 국익에 더 안전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은 “이 후보가 편향적인 인사의 글을 끌어와 미국 내 주류 의견인 것 마냥 포장했다”고 문제제기 했고, 이는 이·윤 후보 간 TV토론에서도 한 차례 논란이 된 바 있다.

전직 외교부 차관은 “이 후보가 컨센서스가 형성됐다고 볼 수 없는 일부 전문가 의견을 끌어와 자신의 구상이 미국에서 인정받았다고 주장하는 건 전형적인 혹세무민”이라며 “외교·안보 관련 정책 토론과 담론 형성에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선대본부 장영일 상근부대변인은 “이재명 후보는 외국 매체라고 무조건 인용하기에 앞서 필자의 과거 주장이 무엇인지, 연관 단체들의 성향이 어떠한지 알아보는 치밀함이 필요해 보인다”며 “외제라고 무턱대고 입에 넣었다가는 탈이 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