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선 후보 등록 첫날인 13일 야권 후보 단일화 문제가 물 위로 올라왔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후보 등록을 마치고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를 향해 ‘국민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를 공개적으로 제안했다. 윤 후보는 “긍정 평가한다”면서도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는 사실상 거부했다. 윤 후보는 ‘담판을 통한 단일화’를 염두에 두고 있다. 이에 따라 양측은 일단 오는 15일 공식 선거운동에 돌입한 후 단일화 협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윤 후보는 이날 안 후보에게 전화를 걸어 아내 김미경 서울대 교수가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고 입원한 데 대해 위로 뜻을 전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 후보가 안 후보와 공감대를 넓혀가겠다는 뜻 같다”라고 했다. 안 후보는 이날 코로나 음성 판정을 받고 공식 일정을 재개했다.
안 후보는 앞서 이날 오전 후보 등록 후 윤 후보에게 단일화를 제안했다. 온라인 기자회견을 통해서였다. 안 후보는 단일화 명분으로 ‘구시대 종식’과 ‘국민 통합’을 내걸었다. 구체적인 단일화 방식도 제시했다. 작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와 단일화할 때 했던 여론조사 방식(적합도 50%+경쟁력 50% 합산)이다. 당시 여론조사 조사 때 응답자의 지지 정당은 따지지 않았다.
안 후보 제안에 국민의힘은 1시간 만에 “긍정 평가한다”는 입장을 냈다. 그러나 여론조사 단일화에 대해선 이양수 수석대변인이 “정권 교체를 원하는 국민적 요구에 역행할 수 있다”고 했다. 이 대변인은 그러면서 “안 후보 결단을 기대한다”고 했다. 윤 후보도 기자들에게 안 후보 제안을 “긍정 평가한다”면서도 여론조사 경선에 대해선 “고민해보겠지만 아쉬운 점이 있다”고 했다.
윤 후보 측이 여론조사 경선에 선을 그은 것은 현재 두 후보 간 지지율 격차가 서너 배 이상 나기 때문이다. 윤 후보 측 관계자는 “작년 오세훈·안철수 단일화 때는 두 사람 간 지지율 격차가 이번처럼 크지 않았다”며 “이번 대선에서 여론조사 단일화를 하면 지지자들이 수긍하기 어렵다”고 했다. 윤 후보 측에선 이른바 ‘역선택’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야권 단일 후보 선호도를 조사한 KBS·한국리서치의 지난 7~9일 여론조사를 보면, 윤 후보 44.2%, 안 후보 45.5%였다. 그런데 ‘정권 교체’ 지지자로 응답자를 한정하면 윤 후보 69.0%, 안 후보 25.9%다. 윤 후보 측은 이를 두고 “여권 지지자들이 여론조사에서 윤 후보가 아니라 안 후보를 선택할 공산이 크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했다.
이런 주장에 대해 안 후보 측은 “역선택은 되레 안 후보가 걱정해야 한다”고 했다. 일부 여론조사에서 안 후보로 단일화되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윤 후보보다 큰 격차로 이기는 결과도 나온다는 주장이다. 안 후보도 이날 언론 통화에서 “여론조사 단일화가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제안”이라며 “이제 국민의힘이 답할 차례”라고 했다. 안 후보는 윤 후보 측이 자신을 향해 ‘결단’을 요구한 데 대해서는 “중간에 포기하라는 말을 어떻게 공당 후보에게 할 수 있느냐”고 했다.
이에 따라 양측 간에 협상이 진행되더라도 상당한 신경전이 벌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야권에선 두 사람 간 단일화 2차 시한을 투표용지 인쇄에 들어가는 오는 28일 전으로 꼽고 있다. 양당 관계자들은 “안 후보가 단일화 운(韻)을 뗀 건 진일보한 태도”라며 “양측 간에 공통점을 찾다 보면 윤·안 후보가 직접 만날 계기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윤·안 후보가 단일화하지 않을 경우를 상정한 가상 대결에서 윤 후보와 이재명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인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잇달아 나오고 있다. 리얼미터·오마이뉴스가 지난 6~11일 실시한 조사에서 윤 후보 41.6%, 이 후보 39.1%, 안 후보 7.7%로 나타났다. 서던포스트·CBS의 지난 12일 조사에서는 윤 후보 35.5%, 이 후보 35.0%, 안 후보 7.2%였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