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통령 선거 후보 등록(2월 13~14일)이 이틀 앞으로 다가온 11일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측과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측 사이에서 후보 단일화 물밑 접촉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후보 간 담판이 아닌 양 진영 인사들을 통한 간접 의사 타진 수준이라고 한다. 윤 후보와 안 후보도 참모 등을 통해 단일화 의견 수렴에 들어갔다. 야권에선 “후보 등록 전 단일화 문제를 타결 짓기엔 시간이 촉박하다”는 관측이 우세하지만 후보 등록 전 담판 가능성을 주목하는 분위기다.
윤 후보 측 인사는 “후보가 최근 야권 원로, 시민단체, 학계 인사들이 야권 후보 단일화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는 상황 등을 참모들에게 보고받고 관련 내용을 검토했다”고 전했다. 한 중진 의원도 “최근 윤 후보를 만나 단일화 추진 필요성을 제기했더니 ‘통 크게 접근하겠다’는 뜻을 밝히는 등 긍정적인 자세를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윤 후보 측 인사들은 “윤 후보는 단일화 과정이 정치적 흥정이나 야합으로 비쳐선 곤란하고 ‘가치·미래 연대’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한 참모는 “윤 후보가 1호 공약으로 내건 ‘디지털 플랫폼 정부’를 이끌 적임자를 안 후보로 생각하는 것도 안 후보가 내건 ‘과학·실용’ 가치에 공감하고 연대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일부 윤 후보 측 인사가 안 후보와 접촉에 나선 정황도 감지됐다. 국민의힘의 한 인사는 “김한길 전 민주당 대표가 지난주 안 후보와 전화 통화를 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윤 후보 선거 캠페인을 자문해온 김 전 대표는 과거 안 후보와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를 했었다. 다른 국민의힘 인사는 “안 후보와 최근 통화해 보니 1차 TV 토론 때 연금 개혁 필요성을 제기해 나머지 후보들의 동의를 이끌어낸 점에 의미를 부여하더라”며 “두 후보가 가치와 비전에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안철수 후보 측 이태규 총괄 선거대책본부장은 라디오에서 “안 후보가 본인 돈을 기꺼이 내놓으면서 선거 준비를 마쳤다”고 했다. 안 후보가 선거 비용 문제 등으로 중도 사퇴할 가능성에 선을 그은 것이다. 다만 안 후보와의 단일화에 부정적 입장을 견지해온 국민의힘 이준석 당대표를 향해서는 “지금 뭔가 (윤·안 후보 사이에) 돌아가는 것이 틀림없는데 아는 게 없으니까 답답한 것 아니겠느냐”라고 했다. 양측 사이에 물밑 움직임이 있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안 후보 측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윤 후보 측 인사들과 이런저런 접촉이 있는 건 사실”이라며 “다만 안 후보는 이들이 윤 후보의 ‘신임장’을 갖고 왔다는 확신은 아직 못 갖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안 후보는 주변 인사 등을 통해 단일화 문제에 대한 의견을 수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당 인사들 사이에선 “후보 등록일 전 후보 간 담판은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윤 후보는 12일 호남을 찾고 13일엔 한국을 방문 중인 마이크 펜스 전 미국 부통령을 만난다. 안 후보는 13일에는 부산을 찾는다. 그러나 양측에선 “후보들이 결심만 하면 후보 등록 전 회동이 불가능하지만은 않다”는 말도 나온다. 한 야권 인사는 “두 사람 다 후보 등록을 한다면 선관위 주최 법정 TV 토론이 처음 열리는 오는 21일과 투표용지 인쇄가 시작되는 28일 사이에 담판이 시도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야권 단일화를 경계했다. 송영길 대표는 라디오에서 윤·안 후보 단일화에 대해 “안 후보가 ‘완주하겠다. 단일화 없다’고 했는데, 며칠 만에 말을 바꾸면 정체가 뭐냐는 평가를 받지 않겠나”라고 했다. 이어 “저희는 안 후보가 주장하는 과학기술 강국 대한민국에 대한 비전을 잘 흡수하겠다는 자세”라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에선 안 후보를 향한 러브콜을 중도 확장을 위한 전략적 차원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한 민주당 의원은 통화에서 “안 후보와 단일화 성사가 되리라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