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3일 “국민의힘은 당장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측과 단일화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통령 후보 등록일을 열흘 앞둔 시점에서 국민의힘에서 윤석열 후보와 안철수 후보 간 단일화를 공개적으로 요구한 것은 처음이다.
윤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 글에서 “들쑥날쑥한 여론조사 지지율만 믿고 자강론을 펼칠 만큼 여유로운 대선이 아니다”라며 “섣부른 자신감이며,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윤 의원은 임기 말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40%대를 유지하고 있고 더불어민주당 조직력이 국민의힘보다 우위에 있는 점도 거론했다. 그러면서 “본선에서 위력을 발휘할 조직의 힘은 위태로운 수준”이라며 “민주당은 180석의 국회의원에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원을 싹쓸이한 상태로 풀뿌리 조직에서 국민의힘과는 비교가 불가능하다. 여론조사로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운 조직력의 차이는 본선에 가서야 드러날 것”이라고 했다. 윤 의원은 “본선에서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선택할 ‘샤이 진보층’도 3~5% 정도는 있다고 봐야 한다”며 “정권 교체 민심이 52%인데 윤석열 후보 지지도가 38%라는 사실은 정권 교체의 민심을 오롯이 담을 만한 결집이 아직 어렵다는 뜻”이라고 했다.
설 명절을 전후해 이뤄진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윤 후보와 이 후보가 오차 범위 내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길리서치가 쿠키뉴스 의뢰로 지난 2일 전국 성인 101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 후보는 40.4%, 윤 후보는 38.5%로 두 후보 간 격차는 오차 범위 내인 1.9%포인트였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8.2%,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3.3%였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1997년 당시 김대중 후보는 지지율 40%대로 압도적 1위였는데도 2% 수준인 자민련의 김종필 후보와 DJP 연대를 했다”며 “이번 선거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해야 집권 이후 안정적 국정 운영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의 한 인사는 “선거 승리 연합에는 2·3위가 손 잡는 방식도 있지만 정책적 노선이 비슷한 후보끼리 힘을 합치는 ‘최소 거리 연합’도 있다”며 “윤 후보도 ‘압도적 정권교체’를 내걸었던 만큼 집권 후 안정적 국정 운영 기반 마련을 위해서도 단일화를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는 아직 단일화 언급 자체를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윤 후보도 단일화와 관련된 구체적 발언을 하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윤 후보 단독으로도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선거이고 그런 자세로 선거를 뛰어야 한다”며 “지금은 단일화 얘기를 꺼낼 때가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나 후보 등록 후 단일화를 추진할 경우 성사 여부도 불투명하고 성사되더라도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는 내부 우려도 나오고 있다.
안철수 후보 측은 “단일화 없이 완주하겠다는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했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본지 통화에서 “단일화는 물밑 접촉도 없고, 당 내부에서 논의도 전혀 진행된 바 없다”고 했다. 다만 국민의당 관계자는 “윤상현 의원 제안에 대해 가타부타 공식적인 입장 발표라도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게 없다는 건 긍정도 부인도 할 수 없는 복잡한 속내가 있다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국민의당 중앙선대위는 이날 대변인 논평을 통해 “송영길 대표를 비롯하여 민주당 인사들이 너도나도 단일화를 운운하며 안철수 후보의 정책과 비전에 숟가락을 얹으려 하고 있다”며 “정치공학 계산기를 들여다보기 전에 거울부터 보고 오물부터 씻어내는 것이 마땅하다”고 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와의 단일화 문제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한편 새로운물결 김동연 대선 후보는 2일 양자 토론을 했던 이재명 후보와의 단일화에 대해 “그쪽(민주당) 희망인 모양”이라며 “물밑 접촉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