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국민의힘 전 총괄선대위원장이 지난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김종인 전 국민의힘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만나자고 하면 “만날 용의는 있다”면서도 “선거를 직접적으로 돕는 일은 어느 쪽이든 할 수 없다”고 했다.

김 전 위원장은 26일 오마이TV와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며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아내 김건희씨가 이른바 ‘7시간 녹취록’에서 자신을 언급한 내용에 대해서는 “(김건희씨는) 말을 함부로 하는 사람”이라며 불쾌감을 표시했다.

김 전 위원장은 과거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의 단식을 만류했던 일화를 소개하며 “(이재명) 본인은 나에 대해서 가끔 안부 전화도 하고 그랬다. 그래서 인간적으로는 내가 잘 아는 사람”이라고 했다.

김 전 위원장은 “본인이 (나를)만나보겠다고 그러면 뭐 만날 수는 있는 것”이라며 “내가 굳이 뭐 자연인의 입장에서 그것을 거부하거나 그럴 필요는 없다”라고 했다.

이어 “(이 후보에게)상식적인 이야기는 해줄 수가 있는 것”이라면서도 이 후보를 돕는 행위에 대해서는 “그런 짓은 할 수 없다”고 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자신의 재합류 필요성을 언급한 것에 대해서는 “그건 이준석 대표의 생각”이라며 “나는 한 번 나온 데를 다시 돌아가거나 그러진 않는다”라고 했다.

이날 김종인 전 위원장은 김건희씨가 김 전 위원장에 대해 언급한 음성을 현장에서 직접 들었다. 김건희씨는 “(김종인) 원래 그 양반이 (국민의힘에) 오고 싶어 했다, 계속”이라며 “왜 안 오고 싶겠나. 먹을 거 있는 잔치판에 오는 것”이라고 했다.

김 전 위원장은 “(김건희씨에 대해)말을 조심성 없이 함부로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이것저것 전후 사정도 모르고서 그냥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이야기한다. 그 말 자체에 내가 별로 신경을 쓸 필요가 없다고 느낀다”면서도 “제일 기분 나쁘게 생각하는 게 그런 것이다. 진심에서, 자기가 도와달라고 그래서 (내가) 도와주려고 생각하면 그것을 감사하게 생각할 줄 알아야 되는데, 이 사람들이 마치 내가 ‘자기한테 무슨 기대하는 게 있어서 그러는 거 아니냐’ 하는 그런 불쾌감을 주면 나는 더 이상 거기에 같이 협력을 할 수가 없다”라고 했다.

김종인 전 위원장은 소위 ‘윤핵관(윤석열 후보 측 핵심 관계자)’ 문제와 관련해서는 “내가 생각하는 의지를 관철을 못 하고 남의 선거에서 따라 다니다가 선거를 실패 할 것 같으면, 그 책임만 내가 고스란히 지고서 내 자신의 레퓨테이션(Reputation, 평판)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이라며 자신이 선대위를 개편하고 권한을 쥐려고 했던 이유를 설명했다.

김 전 위원장은 “(윤 후보에게)측근에게 둘러싸여 있어서 거기 말만 들어서는 보통 문제가 아니다. 이렇게 얘기했더니 (윤 후보가) ‘자기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검증된 사람들이니까 좋다’고 했다”라며 “사실은 검증이 됐건 안 됐건 하는 행위가 똑같으면 그건 마찬가지 이야기다. 지도자가 될 사람은 측근에 너무 집착할 것 같으면 성공을 못 한다”라고 비판했다.

김 전 위원장은 “나는 (인재영입이) 누가 어떻게 해서 들어오는지를 전혀 모른다. 사전에 나한테 얘기한 적도 없다. 발표되고 난 후에 아는 것”이라며 “결국은 이 총괄선대위원장이라고 하는 것을 어떻게 보면 무슨 허수아비 비슷하게 갖다가 앉혀놓은 것 같은 식의 운영을 하기 때문에, 나는 도저히 그런 일은 할 수가 없다고 판단을 한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