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21일 “저는 심상정으로 간다”며 정의당 복당(復黨)을 선언했다. 진 전 교수는 이날 본지 전화 인터뷰에서 “심상정 대통령 후보는 (어떤 정치 세력과도) 단일화해서는 안 된다”며 “정의당은 끝까지 남아서 진보의 가치를 지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진 전 교수는 정의당 복당 배경에 대해 “특별한 이유는 없다. 내 집이니까 돌아간다”고 했다. 그는 정의당이 ‘조국 사태’ 당시 집권 세력에 협력한 데 반발해 탈당하기 전까지 7년간 정의당 소속으로 활동해왔다.
진 전 교수는 탈당의 직접적 계기가 된 조국 사태에 대해 “이미 당이 예전에 반성했고, 심 후보가 다시 그 얘기를 하길래 ‘이 참에 들어가자’ 한 것”이라고 했다. 심 후보는 대선 일정을 전격 중단한 지 닷새 만인 지난 18일 기자회견을 열고 조국 사태에 단호하지 못했던 점에 대해 “뼈 아픈 저의 오판을 사과드린다”고 한 바 있다.
진 전 교수는 심 후보가 특정 정치 세력과 단일화할 가능성에 대해 “진보의 가치를 팔아서는 안 된다”며 반대했다. 정의당 일각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단일화해 ‘실리’를 챙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에 대해선 “그런 분들은 민주당으로 가시면 된다”며 “정의당은 끝까지 남아서 가치를 지켜야 한다”고 했다. 정의당이 진보 정당으로서 정체성을 회복해 ‘독자 생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의당이 ‘정책 1중대’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진 전 교수의 생각이다. 그는 “정의당이 정책으로 거대 양당을 견인해야 한다”고도 했다. 정의당이 문재인 정부에 힘을 실어주는 방식으로 협력하면서 ‘민주당 2중대’ 소리를 들었던 예전 모습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진 전 교수는 정의당에 ‘데스노트(death note)’ 부활도 주문했다. 데스노트는 정의당이 반대하는 고위직은 어김없이 낙마한다는 의미에서 생긴 말이다. 하지만 조 전 장관 임명에 찬성하면서 정의당은 “데스노트가 예스노트(yes note)가 됐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진 전 교수는 “제대로 된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상식이고, 이 상식을 상징하는 것이 데스노트였다”며 “정의당은 데스노트와 같은 전통적 자산을 회복하는 동시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정공법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또 “소수자,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당이 되어야 한다”며 “(이를테면) 이미 정규직 노농자들이 기득권이 되지 않았느냐. 비정규직 노동자와 연대해서 싸워나가야 할 것”이라고 했다.
진 전 교수는 민주당과 국민의힘도 비판했다. 그는 민주당 내부에서 이 후보 개인사(史)를 시험문제로 만들어서 치르는 행태를 지적하며 “전형적 NL(자주파) 운동권 감성”이라며 “민주당은 집단 밖과 아무런 소통을 하지 않는 ‘종족화’로 이미 망했다”고 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에 대해서는 “선동 정치를 한다”고 했다. 진 전 교수는 “젠더 갈등이라는 문제의 원인을 보지 않고 범인(여가부)을 잡아서 이용해먹고 있다”면서 “6070세대에 2030세대를 합친 것만으로 어떻게 국정 운영을 하겠단 말이냐”고 했다.
진 전 교수는 그러나 이번 대선에서 심 후보의 당선 가능성은 회의적이라고 했다. 이미 ‘정권 교체 대 정권 유지’라는 구도가 잡힌 상황이라 반전이 쉽지 않다는 취지다. 진 전 교수는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어쨌든 여기에서 우리는 진보의 본령을 지켜야 한다”며 “어느 쪽도 찍을 수 없다는 사람들을 묶어내는 동시에 진보의 가치도 팔아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는 정의당에서 본인의 역할에 대해서는 “후원회를 조직해서 젊은 친구들을 도와주는 정도에 머무를 것”이라고 했다.
이날 진 전 교수의 복당에 여영국 정의당 대표는 “정의당은 진보정당다움을 분명히 하며 더욱 품을 넓혀야 한다”며 “당대표로서 복당 및 입당하는 분들에 대해 감사한 마음”이라고 했다.
한편 심 후보는 이날 별도 공개 일정 없이 선대위 참모들과 설 명절에 대비한 선거 전략을 논의했다. 정의당은 설 연휴 중 실시 예정인 이재명·윤석열 후보의 양자 TV 토론을 다자 후보로 확대하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