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이 12일 경기도 과천시 중앙선관위에서 열린 2022년 주요업무 및 양대선거 종합선거대책회의에서 직원들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선관위원 꼼수 연임’으로 선관위 불공정 논란을 부른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이 21일 선관위 내부망 게시판에 선관위원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그는 ‘후배님들에게 드리는 말씀’이란 제목의 글에서 “위원회의 중립성·공정성을 의심받게 된 상황에 대해 후배님들이 받았을 상처에 대해 먼저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그간 자신과 청와대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그는 지난해 7월 처음 사직서를 제출했을 때 문재인 대통령이 반려했지만, “그때 사표가 수리되었더라면 오늘과 같은 사태는 없었을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을 ‘영원한 선관위 맨’이라며 글을 맺었다.

조 상임위원은 전날까지만 해도 연임 꼼수 논란에 대한 정치권의 강한 비판에도 물러날 뜻을 밝히지 않았지만, 선관위 내부에서도 문제 제기가 거세지자 태도를 바꿔 사퇴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은 본지가 단독 입수한 선관위 내부망의 조해주 위원 사퇴문 전문(全文).

후배님들에게 드리는 말씀

저의 사표반려와 관련되어 위원회의 중립성·공정성을 의심받게 된 상황에 대해 후배님들이 받았을 상처에 대해 먼저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저는 작년 7월 저의 상임위원 임기를 3개월 당겨 그만두고자 임명권자에게 사표를 제출한 바 있습니다. 대통령선거를 목전에 두고 후임 상임위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를 하는 과정에서 정당 간 정쟁이 야기되어 그 절차가 지체되면 후임 위원 임명과 상임위원 호선절차에 차질을 불러오고 결과적으로 위원회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하여 대선국면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에 제가 물러나면 그런 상황을 막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 그렇게 하였습니다.

그러나 야당과 일부언론은 ‘인사 알박기’ 등 말도 안 되는 프레임을 걸어 의혹을 제기함에 따라 부담이 되신 임명권자께서 부득이 상임위원으로서 남은 임기를 채우라고 사표를 반려하셨습니다. 그때 사표가 수리되었더라면 오늘과 같은 사태는 없었을 것입니다.

상임위원 임기만료일이 다가옴에 따라 관례에 따라 임명권자에게 위원 사직서를 제출하였고, 청와대에서도 후임 위원 내정을 위한 인사검증 등 절차를 추진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검증대상자에 대한 정보가 위원회 내부에서 유출되었고 투서와 언론제보로 인한 부정적인 보도가 이어졌습니다. 제가 우려했던 상황이 그대로 발생하였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저의 임기만료일이 임박하였고, 선거가 임박한 시점에서 청문회가 초래할 혼란과 선관위 조직의 안정성을 고려하여 임명권자께서 사표를 반려하셨습니다.

이에 대한 일부 야당과 언론의 정치적인 비난과 공격은 견딜 수 있으나 위원회가 짊어져야할 편향성 시비와 이로 인해 받을 후배님들의 아픔과 호소를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습니다. 일부 후배님들이 똑 같은 상황에 대해 다른 잣대를 들이댄 것에 대한 아쉬움은 있으나 이 모든 것이 저의 부덕에서 초래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저는 임명권자에게 다시 위원 사직서를 제출하였습니다. 이것으로 저와 관련된 모든 상황이 종료되기를 바랍니다. 결코 비상임위원이라는 자리에 연연하지 않았습니다. 임기를 3개월 당겨서까지 그만두겠다고 했던 사실을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오늘의 상황은 제가 원해서가 아니라 저의 뜻과 상관없이 흘러왔을 뿐입니다.

지난 12일 퇴임 인사에서 저로 인해 받았던 편향성 주장으로 인해 후배님들이 받았을 불편함에 대해 항상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건 지난 3년간 제가 지녔던 진심이었습니다. 그리고 32년간의 위원회 직원으로서, 3년간 상임위원으로서 공정과 중립의 마음을 한 시도 잊지 않고 여러분의 선배로서 부끄럽지 않게 일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자신 있게 말씀 드립니다.

이제 대선이 정말 코앞에 다가왔습니다. 선거 환경은 여전히 어렵습니다. 하나 저는 우리 위원회의 저력과 후배님들의 열정과 헌신을 믿습니다. 위원회의 미래는 후배님들에게 맡기고 이제 정말 완벽하게 위원회를 떠나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2022년 1월 21일

영원한 선관위 맨 조 해 주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