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통령 후보는 13일 “지지층 비판이 있을 수 있지만 용적률과 층수 규제 완화를 통한 재건축·재개발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부·여당이 전통적으로 반대해온 재건축 안전진단 절차 완화까지 공약했다. 이 후보는 “문재인 정부와 결이 다르다는 것에 공감한다”며 차별화에도 거침이 없었다. 이 후보가 상대적으로 열세를 보이는 수도권 민심을 잡기 위해 부동산 정책 뒤집기에 애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후보는 이날 준공 40년이 지난 노후 아파트들이 밀집해 재건축 수요가 높은 서울 노원구 상계동을 찾아 주민들과 정책 간담회를 가졌다. 이어 ‘재건축·재개발 활성화 6대 정책’을 발표했다. 이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은 도심 내 중요한 주택 공급 수단이고 주거의 질을 높이는 필수 정책”이라며 “역대 민주 정부가 재건축을 과도하게 억제한 측면이 있는데 이를 금기시하지 말고 국민의 주거 상향 요구를 존중해야 한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와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모두 수도권 재건축과 재개발에 부정적이었지만, 자신은 다르다는 것이다.
이 후보는 이를 위해 “재건축·재개발 신속협의제를 도입해 사업 기간을 대폭 단축하고, 500%까지 용적률 상향이 가능한 ‘4종 주거지역’을 신설하겠다”고 했다. 인허가에 통합 심의를 적용해 개발 속도를 높이는 한편, 용적률·층수 제한·공공 기여 비율 등을 탄력적으로 조정해 더 많은 공급이 이뤄지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 후보는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도시는 과밀화될 수밖에 없다”며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주요 입지를 고밀 개발하는 것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이 후보는 재건축의 선행 조건인 안전진단과 관련해서도 “공동주택 노후화에 따른 주거 환경 악화를 방치하지 않겠다”며 “거주민 삶의 질 상향 관점에서 재건축 안전진단 심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합리적으로 개선하겠다”고 했다. 노원·목동 등 서울 내 주요 주거 밀집 단지에선 보수적인 안전성 심사 때문에 재건축 시도가 매번 좌절됐다. 이 후보의 이날 발언은 ‘구조 안전성’에 대한 평가 비중을 낮춰 재건축의 길을 열어주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이 후보는 “박근혜 정권에서 강남이 집중적으로 안전진단을 통과해 재건축되고 강북 지역은 기회를 놓쳤다”고도 했다. 이밖에 ▲종(種)상향 등 인센티브 부여를 통한 공공 재개발 활성화 ▲원주민 재정착 지원 대책 마련 ▲리모델링 활성화를 위한 특별법 제정 등을 공약했다.
이 후보가 여권에서 금기시됐던 용적률·층수 규제·안전진단 완화까지 언급하며 재건축·재개발 완화를 시사한 것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차별화하지 않고는 서울에서 이기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 후보는 이날도 “부동산 문제로 인해 많은 국민이 정부와 민주당에 실망한 것을 너무 잘 알고 있다” “집권 여당 대선 후보로 큰 책임감을 느낀다”며 고개 숙여 사과했다. 그는 “재건축 규제 완화가 문재인 정부와 결이 다르다는 지적에 공감한다”고 했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 대해서도 “도시 재정비에 보수적이었는데 현장 주민들이 느끼는 고통을 간과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한편 이 후보는 이날 자신의 부동산 차별화 시도를 두고 ‘임기응변’이라고 비판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를 향해서는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인다”고 비판했다. 그는 “가장 효율적이고 국민 의사에 부합하는 좋은 정책을 ‘누가 먼저 주장했다’ 이러면 정치 본령에 어긋나는 것”이라며 “윤 후보는 ‘이재명 후보 정책이 좋다’ 하면 얼마든지 갖다 쓰라. 제 정책은 실천될 것이고, 그게 진정한 차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도 이날 부동산 실수요자를 겨냥한 금융 지원과 공급 대책을 잇따라 발표하며 지원 사격에 나섰다. 민주당은 집값의 10% 수준 보증금으로 10년 동안 장기거주할 수 있는 ‘누구나집’ 시범 사업의 2차 입지로 인천 영종·김포 전호 등 4곳(총 3747가구)을 발표했다. 또 윤호중 원내대표는 당 회의에서 “원활한 전세·잔금 대출을 위한 실수요자 보호 방안을 금융 당국에 요청했고 저금리·고정금리 전환 프로그램도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