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통령 후보는 29일 종부세와 양도세에 이어 주택 취득세 감면 공약을 내놨다. 또 서울 지역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도 시사했다. 이 후보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실패가 분명하다”고까지 말했다. 이 후보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실정을 부각시킴으로써 오히려 현 정부와 자신은 다르다는 차별화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왔다. 야권에선 “국토보유세 신설 등 부동산 증세를 주장하던 이 후보가 또 말을 바꿨다” “말로만 하지 말고 임대차 3법 강행 처리 때처럼 169석 민주당을 동원해 당장 법을 바꾸면 되지 않느냐”고 했다.
이 후보는 이날 MBC라디오에 출연해 “부동산 정책은 실패한 것이 분명하고, 실패했으면 원인을 제거하고 바꿔야 한다”며 “핵심은 시장 존중”이라고 했다. 그는 최근 ‘다주택자에 대한 징벌적 과세’라는 정부 기조를 뒤집고 양도세 중과 유예와 종합부동산세 일부 완화 등을 잇따라 주장했다. 그는 “비정상적으로 주택 가격이 올랐고 시장이 불안해하는 게 분명하니 교정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했다. 수도권 표심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없다고 할 수 없다”고 했다.
이 후보는 페이스북에서도 “실수요자의 거래 부담을 낮추겠다”며 취득세 감면을 공약했다.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의 취득세 50% 감면 혜택 기준을 현행 수도권 4억원·지방 3억원에서 각각 6억원·5억원으로 올리고 ▲취득세 최고세율(3%) 부과 기준도 9억원 이상에서 12억원으로 올리는 것이 핵심이다. 집값 폭등에 따른 거래세 부담을 줄여 시장의 ‘매물 절벽’을 해소하고 거래를 활성화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이 후보는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보유세 부담이 오르고 있어 그에 맞춰 거래세 부담을 줄이자는 취지” “거래세는 낮추자는 것이 저의 부동산 세제 원칙”이라고 했다.
이 후보는 여권에서 ‘레드라인’으로 여겨지는 서울 지역 재개발·재건축과 관련해서도 규제 완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어차피 도시는 시간이 지나면서 밀도가 올라가게 돼 있다”며 “지나치게 규제 일변도보다 용적률⋅층수 규제를 융통성 있게 완화해가면서 가구 수나 공급을 늘리자”고 했다. ‘지나친 개발 이익은 청년주택 분양·임대 등으로 환수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지만, 서울 재건축·재개발에 부정적이었던 정부·여당의 기존 입장과 비교해 크게 달라진 것으로 해석됐다.
이 후보 측은 연초 ‘주택 250만호 공급’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주택 공급에 소극적이었던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하겠단 분명한 신호로, ▲김포공항·용산공원 부지 활용 ▲서울과 인접한 그린벨트 일부 해제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 후보는 부동산 세제 완화 주장 등이 당의 정체성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에 대해 “(정체성 주장은) 목표와 수단을 전도한 것”이라며 “조세 정책의 목표는 국가 재정의 확보지 누군가에게 고통이나 불편을 가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나 이 후보가 잇따라 발표하고 있는 부동산 대책들이 표를 얻기 위한 ‘헛구호’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 후보가 공약한 종부세 완화나 취득세 감면의 경우 상당 부분 의원 입법을 통해 당장이라도 해결이 가능하다. 169석의 민주당이 마음만 먹으면 지난해 ‘임대차 3법’처럼 일방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구조다. 하지만 당 정책위 등은 정부의 반대를 이유로 들어 숙고하는 모습이다. 이 후보도 양도세 중과 유예 주장이 청와대 반대에 부딪히자 “설득해 보고 안 되면 대선이 끝난 뒤에 하면 된다”고 했다.
이 때문에 이 후보가 당장 부동산 정책 변화를 이끌어내기보다는 오히려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하고 집권 여당의 부동산 실정을 희석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당정의 기존 기조와 반대되는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선거를 앞두고 부동산 입법을 강행할 경우 역풍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50%가 넘는 정권 교체 여론과 40%를 넘나드는 대통령 지지율 사이에서 이 후보가 ‘묘수’를 짜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