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 국무총리가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민석 국무총리가 13일 한국을 공식 방문한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를 만나 양국 간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고 국무총리실이 밝혔다. 이 자리에서 김 총리는 12·3 비상계엄 당시 자신과 이재명 대통령이 계엄군의 표적이 됐었다고 주장했다. 투스크 총리는 폴란드 공산주의 정권 시절 투옥됐던 경험을 언급하면서, 계엄군에 위협받은 일이 김 총리와 이 대통령에게 정치적으로 좋게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투스크 총리는 또 한국이 폴란드에 무기를 생산해주고 있는 양국의 방위산업 협력에서 폴란드 기업의 참여 확대와 ‘동등한 협력’을 요청했다.

총리실에 따르면, 김 총리는 이날 오후 2시 20분쯤부터 3시 15분쯤까지 약 35분간 투스크 총리와 면담했다. 투스크 총리는 전날 방한해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이 대통령과 함께 양국 관계를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한다고 발표했다.

김 총리는 투스크 총리의 방한을 환영하면서 “폴란드와 대한민국 국가적으로나, 투스크 총리와 이 대통령 개인적으로나 노동과 민주주의의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며 “대통령님과 충분히 많은 대화를 하고 오신 것 같아서 기쁘다”고 했다.

김 총리는 이어서 “이 대통령과 저는 둘 다 지난 (12·3) 계엄 당시 쿠데타 세력의 제거 대상 리스트에 올라 있었다”며 “대한민국 정부는 폴란드 정부와 민주주의라는 정체성을 공유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가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김민석 국무총리와 면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투스크 총리는 “비상 계엄 시절 위협을 당했다는 부분은 정말로 몰랐다”며 “(폴란드가) 공산주의였던 시절에 저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고 했다. 그는 “(민주화운동으로) 감옥에 갔다 온다는 것 자체가 정치적으로는 좋게 작용할 수 있다”며 “(계엄 때 위협을 받은 것에 대해) 크게 안 좋게 생각하지 않고,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물론 그런 모험을 꼭 경험하시라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투스크 총리는 “우리 관계가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됐다는 점에 대해 매우 기쁘다”고 했다. 그는 이 대통령과의 공동 언론 발표문에 대해 “이 문서는 양국에 큰 책임을 주는 문서”라며 “폴란드는 성격상 한 번 우정이나 동맹, 협력을 약속하게 되면 그걸 꾸준히 이끌어가는 성격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예측 불가능한 어려운 시기에 우리의 안정적인 협력이 다른 나라들에도 좋은 모범 사례가 될 것”이라고 했다.

투스크 총리는 이어서 “우리 협력에서 상징적인 부분인 방산 협력도 계속 이어갈 것이라 생각한다”며 “현재의 협력에 대해 만족하는 상태”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폴란드 기업들이 방위산업에 참여할 수 있는 부분이 (양국 간 의제로)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 (양국이 방산 협력에서) 공동 사업에 집중하기를 기대한다”며 “폴란드 입장에서의 목표는 (한국과) 동등한 입장에서 협력하는 것”이라고 했다.

투스크 총리는 또 “폴란드는 많은 한국 기업의 투자를 유치하기를 기대하고 있다”며 “좋은 투자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투스크 총리는 특히 “(폴란드에 투자하는 한국 기업 임직원의) 노동 허가와 거주증 관련 절차는 최대한 신속하게 처리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는 “폴란드는 불법 이민자에 대응하기 위해 엄격한 규제를 적용하고 있지만, 이는 한국(인)에는 해당하지 않는 상황”이라며 “(한국인에게는) 다른 절차를 마련할 예정”이라고 했다.

총리실에 따르면, 김 총리는 협력의 지평을 확장해 나가자는 투스크 총리의 말에 동의한다는 뜻을 표했고, “방산·교역·투자 등 양국 간 핵심적인 협력 사안이 앞으로도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했다.

김 총리는 또 투스크 총리에게 한국 정부가 제시한 ‘글로벌 AI(인공지능) 허브’ 설립과 한국 유치 노력을 설명했고, “국제사회의 AI 기술 발전과 규범 형성에 관해 폴란드 측과 협력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했다고 총리실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