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욱 한국국방연구원(KIDA) 신흥안보연구실장은 지난 9일 본지 인터뷰에서 “이란 전쟁은 과거 개념 수준에 머물렀던 ‘게임 체인저’ 기술들이 실제 전장에서 구현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우리나라도 군사 기술 혁신을 위한 생태계를 시급히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박성원 기자

한 달 넘게 진행된 미국·이스라엘 대 이란의 전쟁은 성큼 다가온 ‘초(超)현대전’의 실상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이란 상공에서 작전 중 비상 탈출한 미군 조종사를 구출하는 과정에서의 총격전을 제외하고는 지상군끼리의 교전은 전혀 없었다. 우주를 포함, 약 150개의 정보 소스로부터 표적 정보 수집 후 정확하게 공중 타격하는 모습은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북한 김정은 정권의 대남 위협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이번 전쟁은 어떻게 분석하고 무슨 교훈을 얻어야 하는지를 듣기 위해 한국국방연구원(KIDA) 안보전략연구센터의 이장욱 신흥안보연구실장을 지난 9일 만났다. 이 실장은 지난해부터 KIDA가 새롭게 만든 신흥안보연구실의 초대 책임자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인터뷰가 KIDA의 공식 입장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며 트럼프 행정부의 군사 행동 정당성 여부에 대한 평가는 일절 하지 않았다. 이 실장은 인터뷰 내내 우리가 참고해야 할 미군의 군사 기술 혁신에 대해 집중했다.

축적된 군사기술 기반 위에서 AI 작동

- 미국의 지난 1월 베네수엘라 침공, 2월의 이란 공격에서 드러난 미군의 군사 기술 수준을 어떻게 평가하나.

“미국의 전쟁 목표 설정 등과는 별개로 군사 기술은 타국이 넘볼 수 없는 격차를 보여줬다. 약소국에 대해서는 하루, 중견국의 경우 수개월 내 전쟁을 끝내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압도적인 재래식 전력 격차에도 4년 넘게 전쟁을 지속하고 있는 러시아와 대비된다.”

-미군이 1만개 이상의 이란 군사 목표물을 타격한 것에 놀라는 이가 많다.

“이번 전쟁은 과거 개념 수준에 머물렀던 ‘게임 체인저’ 기술들이 실제 전장에서 구현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AI, 드론, 로보틱스 등이 단순한 연구 단계가 아니라 실제 작전에 적용됐다. 특히 군사 기술의 발전 속도가 기존보다 훨씬 빨라지면서 전술과 전쟁 양상 자체가 급변하고 있다. 과거의 전쟁이 기동과 화력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드론과 미사일 중심의 타격전 양상이 강화되고 있다.”

-이 실장이 가장 주목한 것은 무엇인가.

“코소보 전쟁 이후 처음으로 항공 및 타격전만으로 전쟁이 수행됐다는 점이다. 군에서는 최근 C4ISTAR가 많이 쓰이는데, 표적 획득과 정보의 중요성이 부각됐다.”

- C4ISTAR는 C4I보다 어떻게 발전된 개념인가.

”C4ISTAR는 Command(지휘), Control(통제), Communications(통신), Computers(컴퓨터), Intelligence(정보), Surveillance(감시), Target Acquisition(표적 획득), Reconnaissance(정찰)의 약어다. 전장에서 정보 수집, 표적 획득부터 지휘·통제까지 모든 과정을 통합하는 새로운 개념인데, 이게 전쟁의 승패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 이번 전쟁이 ‘AI 전쟁’이라는 평가도 있는데, 동의하나.

“AI가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이를 단순히 AI 전쟁으로 규정하는 것은 이번 전쟁의 의미를 제대로 보지 못한 것이다. 이번 전쟁은 네트워크 중심전(NCW)과 전 영역 지휘통제 체계(JADC2) 위에 AI가 결합된 결과다. 즉, 수십 년간 축적된 군사 혁신의 기반 위에서 AI가 작동한 것이다.”

혁신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도록 만들어

- 이번 전쟁에서 미군의 사이버 전자전과 실제 타격의 결합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미국과 이스라엘은 위성 영상, 드론 촬영 영상, 신호 정보(SIGINT), 인간 정보(HUMINT)는 물론 소셜 네트워크까지 분석했다. 총 150개 이상의 정보 소스를 활용해 표적 정보를 획득했다. 이스라엘은 지휘부 타격을 위해 거리의 CCTV 등을 해킹, 이란 지도부의 동선을 파악했다. 놀랄 만한 수준이다.”

- 기존의 ‘킬 체인(Kill Chain)’을 뛰어넘어 ‘킬 웹(Kill Web)’ 개념이 선보였다고 했는데.

“기존의 킬 체인이 선형적 타격 체계였다면, 킬 웹은 이를 뛰어넘는다. 모든 영역에서 수집 가능한 정보를 거미줄처럼 연결해 실시간으로 표적을 식별하고 타격하는 체계다. 킬 웹 개념하에 미국과 이스라엘 간 정보 공유와 통합 운용은 사실상 하나의 작전 체계처럼 뛰어나게 작동했다.”

이 실장은 특히 이번 전쟁에서 드러난 표적 획득 능력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했다. 이 실장은 “사이버전을 통한 대표적인 사례가 인간 표적들에 대한 정보 획득이었다. 사이버 해킹을 통해서 개인 표적들의 자택을 모두 분석했다. 소셜 네트워크에 글을 올린다거나 사진을 올리면 위치를 노출시키는 것인데, 이를 놓치지 않았다”고 했다.

- 미국은 군사 기술 측면에서 이번 전쟁에 어떤 의미를 부여할까.

“일종의 ‘테스트 베드(시험장)’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전시 상황에서 기술을 검증하고, 문제점을 보완하며 다시 발전시키는 ‘전시 혁신’이 이루어진 것이다. 이런 과정 자체가 미국의 군사적 우위를 유지하는 핵심 요인이다.”

-미국은 어떻게 이런 군사 기술 혁신을 이뤘나.

“미군은 기술 혁신이 구조화되어 있다. 미군 지도자들은 조직을 혁신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구조로 만들었다. 미국은 오바마 행정부 때부터 중국의 군사적 추격에 대응하기 위해 척 헤이글 국방장관이 중심이 돼 군사 혁신에 박차를 가했다. 추격을 저지하고 우위를 심화하기 위해 기술 혁신과 강력한 기술 통제를 병행했다. 이는 기술의 양극화를 야기하고, 기술 측면에서 국가 간 빈익빈 부익부 상황을 초래했다.”

- 미국 군사 기술 혁신을 언급할 때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자주 언급되는데.

“DARPA의 연구에서 주목할 것은 실패가 허용되고 이를 통해 차기의 성공을 촉진하는 방식이다. 즉, 목표가 달성되지 않더라도 연구 과정에서 발견된 새로운 내용을 기존 기술의 개선 및 혁신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는 점을 우리는 배워야 한다.”

, 첩보 위성에서 지상의 5cm 물체 식별

- 미군은 민간기업들과는 어떻게 연결돼 있나.

“2000년대 들어 수많은 시행착오와 제도 개선을 통해 민간 주도, 혹은 민관군 협업 기반으로 신흥 국방 기술 혁신 체계를 구축했다. 스페이스X,안두릴, 스펙트레웍스, 팔란티어 등 우주, 드론, AI의 선도 기업 다수가 미국 기업 아닌가.”

- 이번 작전에서 실제로 핵심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높은 기술은 무엇인가.

“가장 핵심적인 기술은 감지 기술로 위성, 드론, 항공 기반 및 신호 장비들이 표적 정보 획득에 큰 기여를 했을 것으로 판단한다. 열쇠 구멍으로 훔쳐본다는 의미의 미국 정찰 위성 키홀(Key Hole)은 고해상도로 지상의 5㎝급 물체를 식별하는 것이 가능하다. 적외선 센서를 통해 주야간 정찰도 할 수 있다.”

- 미군의 뛰어난 군사 기술에도 불구, 이란이 계속 항전해 결국 휴전이 이뤄졌는데.

“미군의 강한 타격은 이란의 전쟁 수행 능력에 상당한 타격을 주었으나 항전 의지 자체를 무너뜨렸는지는 회의적이다. 오히려 이란의 의사 결정 회복 능력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북한도 이를 통해 얻은 교훈이 있을 것이다. 즉, 항공전, 타격전으로 항전 의지를 꺾을 수 있는가의 문제를 던졌다고 할 수 있다.”

이 실장은 “이란은 지하 시설을 통해 자국 미사일을 보존하면서 미국의 목표 달성 지연 및 탄약 소모를 유도했다. 이에 대해서는 미국이 크게 준비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 트럼프 대통령의 오판으로 이란 전쟁을 바라보는 중국은 웃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동의하나.

“그렇지는 않다. 미국은 이번 전쟁에서 작전 지속 제약 등 문제점을 보였지만, 군사 혁신 및 실전 경험 축적은 군사적 측면에서 중국을 긴장시킬 가능성이 높다. 미국과 중국의 가장 큰 차이는 실전 경험이다. 중국은 군사 기술 개발은 빠르게 이뤄지고 있지만, 이를 실제 전장에서 검증할 기회가 없다. 중국은 군사적 측면에서는 결코 웃고 있지는 못할 것이다.”

- 미국과 중국의 기술 격차는 어느 정도인가.

“미국과 다른 나라와의 격차는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벌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하버드대 벨퍼 센터의 신흥기술 평가에 따르면 미국 80점 , 중국 60점, 유럽 40점, 한국과 일본 20점대다. 반도체, 양자 기술, 바이오 등 핵심 기술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 격차는 향후 군사력의 비대칭성을 더욱 심화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다.”

북한, ‘거북이 등껍질’ 버티기 구사할 듯

- 북한은 군사적 측면에서 어떻게 보고 있을까.

“북한은 전쟁 초기에 이란 지도부가 궤멸적 타격을 입었음에도 전쟁 지속이 가능했다는 점에 주목해 대응 방안과 관련한 시사점을 얻었을 것이다. 거북이 등껍질과 같은 단단한 지하 시설을 구축, 미국의 압도적 타격으로부터 자신의 전력을 보존하면서 미국의 탄약 소모와 목표 달성 지연, 미국 내 반전 여론 조성, 작전 중단 및 목표 달성 실패를 유도하는 이른바 ‘거북이 등껍질 버티기 전술’을 구사할 것이다. 기존 핵으로 대표되는 전갈의 ‘독침’에 더해 거북이 등껍질을 더욱 강화하려고 할 것이다.”

- 이란 전쟁은 한국에는 어떤 시사점을 주나

“무엇보다 다양한 형태의 군사 기술을 구현할 수 있는 기술 생태계 조성이 잘 돼야 한다. 민간 우위의 기술 생태계가 잘 만들어져 국방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 AI만 바라보고 있는데, 데이터베이스 구축부터 해야 할 일이 너무나 많다.”

이 실장은 인터뷰에서 여러 차례 “신흥 국방 기술과 관련한 원천 기술이 전력 획득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민·관·군·학이 연결된 생태계를 우리의 실정에 맞게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하고 싶은 말은 많은 눈치였지만, 모범 답변으로 인터뷰를 마쳤다. “한국형 신흥 국방 기술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도록 관련 방위 산업 제도를 점검하고, 개선 사항이 발견될 때에는 적극 개선해 나가는 노력이 중요합니다.”

☞이장욱

군사기술과 미래전 양상을 연구해 온 국방 전문가. 서강대에서 학사•석사•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실에서 대외전략비서관실 행정관으로 활동했다. KIDA신흥안보연구실장으로 AI, 드론, 정보전 등 첨단 전쟁 개념을 중심으로 한 군사기술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