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연합뉴스

북한이 8일 오전과 오후 두 차례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지난 7일 오전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로 추정되는 발사체를 발사한 데 이어, 연이틀 도발에 나선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6일 대북 무인기 비행에 대해 북측에 사과의 뜻을 전했고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이를 “솔직하고 대범”하다고 평가했지만, 대남 적대 정책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무력 시위’라는 분석이 나온다.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8일 오전 8시 50분쯤 원산 일대에서 단거리 탄도미사일 여러 발을 발사해 약 240㎞를 비행했다고 밝혔다. 북한은 이날 오후 2시 20분쯤 원산 일대에서 다시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해 700㎞ 이상을 비행했다. 700㎞면 부산을 포함한 국내 모든 기지와 주일미군이 쓰는 나가사키현 사세보 해군기지까지 타격할 수 있다.

북한은 7일 밤 장금철 외무성 제1부상 명의로 “가장 적대적인 적수 국가인 한국의 정체성은 변할 수 없다”는 담화도 냈다. 이 대통령의 유감 표명에 북한이 반응을 보인 데 대해 청와대가 “남북 정상 간 신속한 상호 의사 확인”이라고 의미를 부여하자, “개꿈 같은 소리”라며 선을 긋는 내용이었다.

이런 가운데 북·중 양국은 왕이 중국 외교부장(장관)이 9~10일 북한을 방문한다고 8일 발표했다. 다음 달 14~15일로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방중을 한 달 여 앞두고 북·중이 전략적 소통에 나선 것으로, 자칫 우리 입지가 더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北 “개꿈 같은 소리” 한밤에 南조롱 담화… 中 왕이는 오늘 방북

북한이 7~8일 이틀 동안 세 차례 미사일 도발에 나서고 8일 오후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방북까지 발표하면서, 한반도 정세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뜻대로 관리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은 8일 오전과 오후에 각각 미사일을 발사했는데, 북한이 하루에 시간 차를 두고 여러 차례 미사일 도발에 나선 것은 2022년 11월 3일 이후 3년 5개월 만으로 알려졌다.

한미 정보당국은 북한이 8일 오전과 오후 발사한 미사일이 모두 북한판 이스칸데르(러시아의 전술 탄도미사일)로 불리는 KN-23 계열 탄도미사일일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8일 오전 북한이 발사한 여러 발의 미사일은 함경북도 화대군 해상의 무인도 ‘알섬’ 방향으로 240㎞ 가량 비행했고, 이날 오후 발사한 1발은 동해상으로 700㎞를 비행해 ‘사거리 조절’을 시험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북한은 7일 아침에도 평양 일대에서 동쪽으로 발사체를 발사했지만, 비행 초기 이상 징후를 보이며 소실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가 이날 “북한이 7~8일 여러 차례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발표한 점을 보면, 이 역시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된다.

8일 도발에 앞서 북한은 7일 밤 장금철 외무성 제1부상 명의로 “가장 적대적인 적수 국가인 한국의 정체성은 당국자가 무슨 말과 행동을 하든 결단코 변할 수 없다”는 담화를 냈다. 6일 이 대통령의 대북 무인기 유감 표명에 대해 김여정 노동당 총무부장이 “우리 국가수반(김정은)은 이를 솔직하고 대범한 사람의 자세를 보여준 것이라고 평했다”는 담화를 내자, 청와대는 “이번 남북 정상 간 신속한 상호 의사 확인이 한반도 평화공존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통일부는 7일 “남북 양 정상의 의사가 신속하게 확인되고 소통이 이루어진 것”은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했다.

그러나 장금철은 한국 측이 김여정 담화를 “‘정상들 사이의 신속한 호상(상호) 의사 확인’으로 받아들이며 개꿈 같은 소리를 한다면 멍청한 바보들의 ‘희망 섞인 해몽’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했다. 김여정 담화의 속내는 “편하게 살려면 우리에게 집적거리지 말라”는 것이라고도 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김여정 담화를 한국에서 ‘오독’한다고 판단한 북한이 재차 담화문을 내고 무력을 과시하며 입장 변화가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미사일 도발 직후인 8일 오후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자국 외무성 초청으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9~10일 북한을 방문한다고 발표했다. 미국이 연초부터 베네수엘라·이란을 연달아 공격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방중이 5월 14~15일로 확정되자 북한이 중국에 전략적 소통을 요청했을 가능성이 있다.

왕 부장의 방북은 2019년 9월 이후 약 6년 7개월 만이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번 방북이 “양당·양국 최고지도자의 공동인식을 이행”하는 중요한 조치라고 했다. 지난해 9월 방중한 김정은은 시진핑 중국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고위급 교류와 전략적 소통 강화’를 합의했다. 왕 부장은 지난해 10월 시 주석의 방한에 동행했지만, 별도의 한국 방문은 2023년 11월 한·중·일 외교장관회의 참석 후 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한이 중·러를 뒷배로 두고 도발을 계속하며 핵무력을 바탕으로 대미 협상에 나설 경우, 우리 정부의 입지가 극도로 좁아질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김정은은 지난달 시정연설에서 한국을 “철저히 배척하고 무시”하겠다고 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미북 직접 대화를 선호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