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규백 국방장관이 장기적으로 최전방 일반전초(GOP) 병력을 현재의 4분의 1 수준으로 줄여 나가겠다고 했다. 북한이 연이틀 미사일 발사 도발을 감행하고, “계속 앞에서 까불어대면 재미없다”는 논평을 내놓은 가운데 우리 군 당국은 전방 경계 병력을 대폭 줄이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안규백 국방장관이 7일 마이크를 들고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방부

안 장관은 7일 국방 기자단 간담회에서 “현재 GOP에는 2만2000명의 경계 병력이 있는데 인공지능(AI) 과학화 경계 시스템을 구축해 약 6000명 정도가 GOP 선상에서 경계병을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만6000명은 후방으로 (이동)해서 상황 발생 시 GOP로 투입하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2040년을 목표로 군 구조 전면 개편을 준비하고 있는데, 최전방 경계 작전을 담당하고 있는 GOP 관련 병력을 현재의 4분의 1로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병력 감축 개시 시점 등 구체적인 내용은 이달 열릴 예정인 국방 개혁 세미나에서 나올 것으로 전해졌다.

안 장관이 말한 ‘GOP 선상’은 군사분계선으로부터 2㎞ 남측에 있는 남방한계선 일대에서 철책 근무를 하는 GOP 병력과 비무장지대 내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GP 병력 등을 통칭한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 우리 군은 10개 사단이 20개 GOP 및 수십 개의 GP를 지키며 대북 경계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병력 절벽’으로 상비군 50만 유지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최전방 경계 작전 부대에서부터 병력을 선제적으로 철수시키겠다는 취지다. 군 소식통은 “현 정부 대북유화정책에 맞춰서 긴장 완화를 위해 전방 경계부대부터 축소하겠다는 의미 아닌가”라고 했다.

병력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최전방 경계 병력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은 꾸준히 제기됐다. 하지만 구체적인 병력 수치가 국방 당국 수장을 통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국가안보실 국방개혁비서관을 지낸 강건작 전 교육사령관(예비역 육군 중장)은 지난해 10월 한 포럼에서 “세계 어느 나라에도 정규 상비군을 이렇게 대규모로 경계 작전에 투입하고 있는 군대는 없다”며 “GP의 상주 병력을 빼고 감시 장비, 원격 사격 시스템(RCWS), 무인 차량 등으로 대체한 후 꼭 필요한 경우에만 훈련된 병력을 투입하면 된다”고 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GOP 철책을 보강하고 병력 신속 배치를 위한 기동로를 보강해야 한다고 했었다.

안 장관은 간담회에서 육·해·공군 3군 사관학교를 통합해 1·2학년은 함께 수업을 듣고 3·4학년 과정은 각 군 사관학교에서 교육받는 ‘2+2’안을 구상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안 장관은 통합 사관학교가 들어설 위치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지방에 보내는 것이 원칙”이라며 “일각에선 지방에 있으면 우수 자원이 오겠냐는 지적도 있어서 여러 가지를 복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사관학교 입시 결과에 대해서는 “과거보다 낮은 성적으로 입학한 인원이 꽤 된다”고 했다. 안 장관은 이달 중순께 한국국방연구원(KIDA) 용역 연구 결과를 토대로 구체적인 구상을 설명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의 원자력 추진 잠수함 확보와 관련해서는 미국도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안 장관은 말했다. 국방부는 이르면 이달 중 미국 대표단과의 첫 실무회의가 진행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안 장관은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9·19 군사합의 선제 복원과 관련해서는 “공중에서 여러 제약 조건을 풀려다가 남북 관계가 긴장상태로 가서 주춤하고 있다”며 “힘을 가진 쪽이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반도의 평화적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 상황 변화에 따라 여러 조치를 할 생각”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