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이란이 ‘거대한 북한’으로 변모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란이 미국의 대규모 공격을 계기로 군사 엘리트 조직을 중심으로 한 폐쇄적 병영 국가로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미국의 외교안보 전문 매체인 포린 폴리시(FP)는 최근 ‘이란의 미래는 쿠바, 시리아, 아니면 북한인가’라는 기사를 통해 이런 시나리오를 집중 조명했다. FP는 “걸프 아랍 국가들은 이란을 ‘쿠바형 국가’처럼 봉쇄하는 방향으로 기울고 있다. 영향력은 줄어들지만 체제는 유지되는, 통제된 상태로 만들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비해 이스라엘은 이란 정권을 붕괴시켜 지역 내 영향력을 제거, ‘내전기의 시리아’처럼 만들려 한다는 것이 FP의 분석이다. 하지만 이란은 세 나라 모델 중에서 최악인 ‘북한형 국가’로 향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FP는 “현실은 (걸프 아랍 국가나 이스라엘) 양측의 기대와 다르게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란이 북한과 같은 국가가 될 위험이 존재한다. 즉, 더 위험해지면서 생존하는 군사 국가가 되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니혼게이자이신문 역시 “이란이 거대한 북한으로 변할 우려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한 체제 전환은 실현되지 못하고, 이란이 혁명수비대를 중심으로 한 군사국가로 전환할 것이라는 전망이 서방 당국자들과 중동 전문가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북한은 이미 다수의 미사일과 장사정포로 서울을 사실상 인질로 삼고 있다. 이와 유사한 군사 국가가 중동에서 등장해 호르무즈 해협을 인질로 잡게 될 경우, 세계에 미치는 영향은 가늠하기 어렵다”고 했다. 북한이 동북아에서 한국을 인질로 삼고 억지력을 구축해 온 것처럼, 이란 역시 호르무즈 해협을 지렛대로 삼아 세계 경제를 압박하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란은 해협 봉쇄 가능성을 반복적으로 시사하며 국제 유가를 흔들고 있다.
해외 주요 매체들이 이란 공격을 감행한 트럼프 대통령의 오판을 비판하면서, 이란이 향후 ‘정상 국가’로 복귀하기보다 북한과 유사한 군사 국가로 변화할 가능성을 제기하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1980년대 말부터 비밀리에 핵 개발을 시작한 북한은 미국과 제네바 합의, 6자 회담 등을 통한 협상에 나오기도 했으나 결국 체제 개방이 아닌 군사력 중심의 ‘요새 국가’로 변모하며 동북아시아의 대표적 안보 불안 요인이 됐다.
군사 전문가인 송승종 대전대 특임교수는 “이란에서 중동 안보의 거대한 역설이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란이 북한처럼 새로운 형태의 고립된 군사 국가로 진화하면서 핵무장에 나설까 봐 우려된다”고 말했다. 영국 시사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신호는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 비축량 약 400㎏은 미국의 공격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크다”며 이란이 핵무장을 더욱 서두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과 이란 간 군사적 연결 고리
우리가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이란과 북한 간의 오랜 군사적 관계다. 양국은 수십 년에 걸쳐 미사일 기술과 군수품을 교환하며 협력 관계를 구축해 왔는데, 이러한 관계가 향후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북한은 이란에 스커드 미사일을 지원했고, 이를 기반으로 이란은 탄도미사일 개발을 본격화했다. 현재 이란의 샤하브 계열 미사일은 북한의 노동 미사일 계열과 기술적 관련성이 큰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의 정보 기관은 북한이 이란에 미사일 부품과 관련 기술을 지속적으로 제공해 왔다고 밝혔다. 그 대가로 이란은 북한과 드론 기술이나 중동 지역에서의 실전 경험을 공유하며 협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강현 전 주이란 대사는 “이란과 북한은 이미 미사일, 드론, 핵 관련 분야에서 연결 고리가 의심되는 상황”이라며 향후 정세 변화에 따라 이같은 협력이 더욱 강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란의 ‘북한화’는 한국에도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북한과 이란 간 군사 협력이 심화될 경우 한반도 안보 환경 역시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미사일 기술과 비대칭 전력 분야에서의 협력은 한국의 방어 체계를 교란하는 요인이 된다. 여기에 러시아를 매개로 한 ‘삼각 군사 협력’이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이란에서 드론을 공급받고, 북한에서는 병력 지원을 받는 형태의 협력 구조를 만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탈퇴를 시사하는 한편,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들에 대한 불만을 공개적으로 표출해 왔다. 또 하나의 ‘북한형 국가’가 현실로 등장할 가능성은 우리 정부에 중동과 동북아를 상호 긴밀히 연동된 하나의 안보 구조로 인식하고 종합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과제를 제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