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사용할 신형 로켓엔진을 시험하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관했다고 29일 밝혔다. 북한은 고체 연료를 사용하는 신형 엔진의 추진력이 대폭 개선됐다고 주장했다. 추진력이 높아지면 더 무거운 탄두를 실을 수 있는데, 다탄두 ICBM을 개발하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9일 김정은 참관을 공개하며 신형 엔진 최대 추진력이 2500kN(킬로뉴턴)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지난해 9월 신형 고체연료 로켓엔진 지상 분출 시험 사실을 공개하며 엔진 최대 추진력을 1971kN이라고 발표했다. 6개월 새 추진력이 27% 향상된 셈이다.
개발 단계이지만 북한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 엔진은 다탄두 ICBM으로 알려진 중국 둥펑(DF)-41의 엔진(1400kN)보다 더 강한 추진력을 낼 수 있다는 의미다. 안보 전문가들 사이에선 북한이 단기간에 엔진 추진력을 개선한 것을 두고 러시아에서 고체연료 엔진 관련 기술 지원을 받았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발사 직전 연료를 장시간 주입하는 액체연료와 달리 고체연료 로켓은 기습적인 발사가 가능하다.
군 소식통은 “엔진 추진력 증가는 미국 미사일 방어망 돌파를 위해 다탄두화를 추구하는 북한이 더 많은 핵탄두와 미끼용 가짜 탄두(디코이)를 싣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화성-19(사거리 1만5000㎞)로 이미 전 지구권 타격이 가능해진 상태라, ICBM의 다탄두화를 염두에 뒀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총장은 “이란과 달리 핵탄두를 탑재해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전략무기를 갖추고 있음을 과시하는 것”이라고 했다.
다탄두 ICBM은 미사일 끝 탄두부 안에 여러 발의 탄두를 실은 형태로 다른 지점을 동시 타격할 수 있고, 그만큼 요격도 어려워진다. 북한은 과거 다탄두 탄두부로 보이는 사진을 공개했지만 대기권 재진입, 요격 회피를 위한 궤적 조정 등 다탄두 ICBM 핵심 기술을 확보했는지는 불명확하다. 북한은 2024년 6월 다탄두 미사일 시험에 성공했다고 주장했지만 우리 군은 “사진 조작 등을 통한 과장 및 기만”이라고 반박했다.
북한은 2024년 10월 31일 ICBM인 ‘화성-19형’을 발사했다. 2025년 1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두 번째 임기를 시작했고, 북한은 같은 해 9월 지상 엔진 시험을 공개했지만 현재까지 신형 ICBM은 발사하지 않고 있다. 정경운 한국전략문제연구소 연구위원은 “기존에는 지상 연소 실험 이후 몇 개월 내에 실제 비행 실험을 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 이후 경향이 달라진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의 대외 정책과 이란 전쟁 등 최근 국제 정세를 고려해 ICBM 비행 실험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