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시스템이 개발한 천궁-II 수출형 다기능레이다(MFR·왼쪽)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개발한 천궁-II 수출형 발사대(오른쪽). /한화시스템·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이달 초 ‘한국판 패트리엇’으로 불리는 국산 지대공 방공무기체계 천궁-Ⅱ는 한국 방위 산업에 새로운 기록을 남겼다. 이란이 아랍에미리트(UAE)를 탄도미사일과 자폭 무인기(드론) 등으로 공격해 오자 우리 천궁-Ⅱ가 동원돼 공격을 막아낸 것이다. 한국 방공무기체계가 처음으로 실전에 투입돼 성공적인 임무 수행을 한 사례다.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5일 “정통한 소식통으로부터 확인한 결과, UAE에 배치된 천궁-Ⅱ 2개 포대가 이란의 미사일·드론 복합 공격을 96% 명중률로 요격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했다. UAE 측은 계약된 천궁-Ⅱ 조기 인도를 요청했고, 우리도 이에 화답해 요격미사일 일부를 UAE로 공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K방산이 제2의 중동 특수를 발판으로 방산 4대 강국이라는 목표에 도전한다. 2006년 연간 약 2억5000만달러 수준에서 출발한 방산 수출은 2022년 약 70배 증가한 무려 173억달러 수준으로 성장했다. 2023년(135억달러)과 2024년(95억달러)에는 다소 정체기가 찾아왔지만 지난해 154억달러로 수출 규모가 반등했고, 올해는 ‘200억달러’ 고지가 달성 가능할 수 있다는 기대가 실리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빠르게 진행되는 글로벌 군비 경쟁은 한국 방산에 호재였는데, 지난달 시작된 미국의 이란 공습 여파로 중동에서 한국 방공 무기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면서 중동발 훈풍은 계속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026년 2월 28일 발발한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사태는 한국산 지대공 방공 무기 체계의 실전 성능을 입증하는 계기가 됐다. 이미 천궁-II는 UAE가 10개 포대, 사우디아라비아 10개 포대, 이라크 8개 포대 수출 계약이 이뤄져 있다. 한국은 탄도미사일 종말 단계 하층 요격을 담당하는 천궁-II에 이어 종말 단계 중·상층 방어를 담당할 L-SAM을 개발 완료했고, 이보다 방어 영역이 3~4배 넓은 것으로 알려진 L-SAM Ⅱ는 개발 중이다. 향후 이들 무기체계의 수출 가능성에도 청신호가 들어왔다는 평가다.

이란이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샤헤드 계열 자폭 드론을 타격에 활용하면서 패트리엇보다 싼값으로 자폭 드론을 요격할 수 있는 국산 ‘비호복합’에 대한 관심은 이미 구체화했다고 한다. 비호복합은 1억원 수준의 ‘신궁’ 지대공 미사일과 30㎜ 기관총으로 적 공중 위협을 제거한다. 수천만 원짜리 자폭 드론을 잡기 위해 이보다 100배 가까이 비싼 수십억 원짜리 유도미사일(패트리엇)을 발사해야 하는 중동 국가 입장에서는 ‘가성비’ 무기 체계가 될 수 있다. 이 밖에도 중동 여러 국가는 한국의 K9 자주포·K2 전차·천무 등 지상군 무기 체계 및 초음속 전투기 KF-21과 무인 수상정 등에 대한 관심도 지속적으로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다목적 기동헬기 수리온(KUH-1). 2024년 이라크에 소방용으로 수출됐고, 국가별 맞춤형 개량을 통해 추가 수주를 노리고 있다. /육군 제공
한화시스템은 2017년 2600t급 필리핀 해군 호위함 2척에 순수 국산 함정전투체계(CMS)를 공급했다. 사진은 2020년 5월 출항한 필리핀 해군 최신예 호위함 ‘호세 리잘(Jose Rizal)’함. /한화시스템 제공
현대로템의 주력 지상무기체계인 K2 전차는 폴란드 수출을 계기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했다. /현대로템 제공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이달 초 2021년부터 2025년까지 5년간 세계 무기 수출량을 분석한 결과 한국은 점유율 3.0%로 세계 9위라고 밝혔다. ‘방산 4대 강국’ 진입을 위해서는 점유율 5.7%로 현재 4위인 독일을 제쳐야 하는 상황. 방산 업계 관계자는 “기존에 잘하던 지상무기체계 및 방공무기에 더해 인공지능(AI) 및 무인기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육성하면 현실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캐나다에 신형 잠수함 12척을 납품하는 최대 규모 60조원 사업을 수주할 경우 ‘방산 4대 강국’ 진입은 내년에도 가능하다는 말도 나온다. 현재 한화오션·HD현대중공업 컨소시엄과 독일 티센크루프 마린 시스템즈(TKMS)가 경쟁하고 있다. 캐나다는 같은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인 독일 잠수함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 수주전은 성능·납기·가격 등과 함께 캐나다 산업에 대한 실질적 기여가 중요한 평가 기준으로 반영되는 만큼 우리도 가능성이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이용철 방위사업청장은 지난 19일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여전히 안개 속이지만 캐나다 잠수함 사업을 수주하면 내년에 ‘4강 진입’ 선언을 해도 충분한 상황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제는 AI·빅데이터·무인 등의 기술을 토대로 시장 경쟁력을 갖춘 현대 전장용 K방산 아이템을 발굴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했다. 최근 수년간 K방산은 재래식 무기 판매로 수주 성과를 거뒀다. 폴란드 등에 수출된 K2 전차와 K9 자주포는 10∼20년 전에 개발됐다. 하지만 AI 등 첨단 기술이 중시되고, 자폭 드론 등 가성비 중심 전장 환경이 구축될 경우 지금 같은 성과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국산 초음속 전투기 KF-21 양산 1호기 출고식이 지난 25일 이뤄졌지만, 자폭 드론 등 현대전에서 각광받는 무기 체계의 개발·도입은 지지부진한 것이 현실이다. 방사청은 “국방첨단전력사업법(가칭)을 제정해 신속한 획득을 가능하게 하고, AI·드론·로봇·우주 영역 등 첨단기술에 집중 투자하겠다”며 “이를 통해 첨단전력 조기 확보에 나서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