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 외교부 장관이 조만간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과 통화할 것으로 23일 알려졌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발발한 후 양국 외교장관이 통화하는 것은 처음이다. 정부가 미국이 주도하는 대(對)이란 압박 공조에 참여하면서도, 이란과는 별도의 고위급 소통 채널을 가동하며 ‘분리 대응’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 장관은 오는 26일(현지 시각) 프랑스에서 열리는 외교장관회의에서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만나 이란이 사실상 봉쇄 중인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 확보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 장관은 아라그치 장관과 이르면 이날 중 통화할 예정이다. 외교부는 “우리 정부는 이란을 포함한 국가들과 다각도로 소통해오고 있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아라그치 장관에게 세계 각국의 에너지 수급 안정을 위해 호르무즈 해협에서 선박들의 안전한 항해가 보장되도록 유의해 달라고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에 고립된 한국 선박은 현재 26척이고, 외국 국적 선박에 승선한 인원까지 더하면 고립된 한국 선원은 총 179명이다. 이란 현지에도 우리 교민 40여 명이 남아있다. 외교 소식통은 “우리 선박과 국민의 안전이 걸린 상황에서 조 장관이 이란 외무장관과 통화하면서 한국 선박에 대한 각별한 유의를 당부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이와 별개로 영국·프랑스·일본 등과 함께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규탄하는 22국 공동 성명에 이름을 올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했던 호르무즈 해협 선박 호위를 위한 군함 파견까지는 아니더라도, 미국을 “도와야 한다”는 요구에는 호응했다고 할 수 있다.
정부는 “앞으로도 여타 (공동 선언) 참여국들을 포함해 국제사회와 함께 글로벌 해상 물류망의 조속한 정상화를 위해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이라며 “호르무즈 해협 내 안전하고 자유로운 통항 보장을 위한 기여 방안은 각국의 사정과 여건에 따라, 필요시 관련국 간 협의하에 구체화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조 장관은 26일에는 프랑스에서 열리는 주요 7국(G7) 외교장관 확대회의에서 루비오 장관과 만나 호르무즈 해협 문제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루비오 장관은 지난 16일 조 장관과 통화하며 ‘호르무즈 해협 안전 확보를 위한 협력’을 강조했다. 루비오 장관 일정이 촉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식 회담이 아닌 약식 회동이 이뤄질 가능성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