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국 당국자들이 연달아 방한해 한미 협의를 가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3월 말 중국 방문을 앞두고 대북 대화 가능성을 탐색해 보는 성격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11일 마이클 디솜브레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3박 4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디솜브레 차관보는 12일 우리 측 북핵 수석대표인 외교부 정연두 외교전략정보본부장을 만나 한반도 정세를 논의할 예정이다. 외교가에서는 이달 말 트럼프의 방중을 계기로 미국이 다시 대북 대화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지난달 노동당 제9차 대회에서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한다면 “미국과 좋게 지내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여전히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목표로 설정하고 있어,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핵 무력’을 더욱 강조하고 있는 김정은과는 간극이 크다. 디솜브레 차관보는 정 본부장과 이런 상황에서 북한을 대화로 이끌어낼 유인책을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9~11일에는 데이비드 와일레즐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가 방한해 북한과 중동 등 다양한 현안을 다룬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외교부는 한국의 농축·재처리 권한 확대와 원잠 도입을 위한 조속한 실무 회의를 요청했다.
와일레즐 부차관보는 10일 주한 미 대사관저에서 한미 의원연맹 소속인 더불어민주당 김영배·이언주, 국민의힘 김건,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 등과 오찬을 했다. 여야 의원들이 대미투자특별법이 12일 본회의에서 처리될 예정이라고 하자, 그는 “대미 투자가 빠르게 진행돼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또 간첩죄 적용 대상을 ‘적국’(북한)에서 ‘외국 또는 이에 준하는 단체’로 확대한 개정 간첩법이 지난달 국회를 통과한 데 대해 ‘첫 적용 대상은 어디인가’도 물었다. 간첩법이 미국 측 활동을 제약할 가능성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