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남한 사회주의 노동자 연맹(사노맹) 결성을 주도한 백태웅(63) 하와이대 로스쿨 교수가 12일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대표부 대사에 임명됐다.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백 교수는 최근 하와이에서 귀국해 공식 임명 발표를 기다린 것으로 전해졌다.
OECD 주재 대사는 글로벌 경제 흐름을 읽고 국제 표준 수립 시 한국의 입장을 반영해야 하는 ‘경제 전문 외교관’으로, 주로 경제 부처 고위 관료 출신이나 국제 경제 전문가가 기용됐다. 경제 정책 입안 경험이 없는 백 교수가 내정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백 교수는 지난해 대선 때 더불어민주당이 사법·검찰 개혁 방안 마련을 위해 중앙선대위 산하에 설치한 ‘국제 기준 사법 정의 실현 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다. 지난해 9월 유엔 주재 대사에 이재명 대통령의 사법연수원(18기) 동기인 차지훈(63) 변호사가 임명된 데 이어, 또 다른 보은(報恩) 인사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서울대 학도호국단 총학생장 출신인 백 교수는 1984년 서울대 학생회 간부들이 축제 기간 캠퍼스에 들어온 일반인들을 ‘정보기관 프락치’로 의심해 감금·폭행한 이른바 ‘서울대 민간인 고문 사건’으로 구속돼 1년간 복역했다. 1989년 시인 박노해씨 등과 사회주의 계급 혁명을 표방한 사노맹을 결성했다가, 1992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돼 이듬해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총 6년 4개월 수감 생활을 하고, 김대중 정부 시절인 1999년 특별사면으로 석방됐다.
이후 미국 유학을 떠난 그는 국제 인권법 석·박사 학위를 받고 2011년부터 하와이대 로스쿨 교수로 재직했다. 2015년부터 유엔 인권이사회 ‘강제실종 실무그룹’ 위원으로 활동하다가, 2020년 의장을 역임했다. 그러나 이는 OECD 대표부 업무와는 거리가 있다. 한 외교관은 “OECD 주재 대사는 경제 전문성이 필요해 외교부 출신도 거의 못 가던 자리”라며 “다자 외교 경험이 전무한 인사가 유엔 주재 대사에 임명됐을 때와 비슷한 충격이 있다”고 말했다.
OECD 대사는 아그레망(주재국 임명 동의) 절차가 없어, 임명 발표 후 이 대통령의 신임장을 받아 부임하면 된다. 전임자인 기획재정부 2차관 출신의 최상대 전 OECD 대사는 지난해 7월 정부가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된 특임 공관장들의 귀국을 지시했을 때 이임했다. 그 후 8개월간 OECD 대사는 공석이었다.
외교부는 이날 OECD대사 등 공관장 인사를 발표했다. 주니카라과대사에는 조영준 강원도 국제관계대사, 주파라과이대사에는 손혁상 경희대 공공대학원장, 주투르크메니스탄대사에는 이원재 국립외교원 경력교수, 주튀르키예대사에는 부석종 전 해군참모총장, 주헝가리대사에는 박철민 전 주헝가리대사가 임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