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경기도 평택시 공군 오산기지에 미군 대형 수송기와 전투기가 집결해있다. / 고운호 기자

중동 사태로 패트리엇 미사일 등 주한미군 전력의 차출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주한미군의 이례적인 수송기 가동 상황들이 포착되고 있다. 이미 주한미군 전력이 중동으로 이전 배치됐을 정황도 나타난다. 중동 사태가 장기화하면 대북 대비 태세가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런 가운데 한미는 9일 자정부터 연합 훈련인 ‘자유의 방패(프리덤실드·FS)’ 연습에 돌입했다.

실시간 항공 추적 사이트에 따르면, 지난달 22일부터 미군의 C-5, C-17 수송기들이 경기 오산기지에 착륙했고 지난 7일까지 C-5는 수 차례, C-17은 10여 차례 오산 기지를 이륙했다. 특히 미국의 이란 공습이 시작된 지난달 28일 이후 집중됐는데 C-17은 이란 공습 개시 이후 11차례 이상 이륙했다. 오산기지 뿐만 아니라 김해에서도 지난 6일 C-5 한 대가 이륙해 태평양 방향으로 이동한 걸로 나타났다.

C-5와 C-17은 미군의 대형 수송기로 C-5는 한 번에 약 127t(톤)을 운반, C-17(약 77t)의 1.5배 이상의 짐을 옮길 수 있다. 미국은 패트리엇이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순환 배치할 때 두 수송기를 동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간 항적 사이트에 군용기 운항 정보가 100% 공개되지 않는 만큼 실제 이동은 이보다 더 많았을 수 있다.

◇이란 공습 이후… 美 수송기, 오산서 최소 13차례 이륙

주한미군 기지에 기착했던 C-5와 C-17의 규모는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지난달 하순 최소 2대의 C-5가 오산에 도착했고, 각각 지난달 28일과 이달 2일에 한국을 떠났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C-5는 미군의 중동 전초기지 성격인 인도양 차고스 제도의 디에고가르시아 공군기지로 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은 “디에고가르시아에는 이미 주일미군 F-16 전력이 차출돼 있었는데, 미국이 이란 공습을 위해 디에고가르시아에 전략폭격기를 전진배치했다. 방공 능력 강화를 위해 주한미군 패트리엇 일부를 이동시켰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최근 주한미군은 평택 등 국내 다른 미군 기지에 배치된 패트리엇 일부를 오산으로 이동시켰다.

지난 6일 김해 기지를 이륙해 태평양 방향으로 이동한 C-5의 경우, 경북 칠곡 왜관 주한미군 기지에 있는 패트리엇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미연합훈련 ‘자유의 방패(프리덤실드·FS)’가 개시되기 하루 전인 8일 경기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에 패트리엇이 배치돼 있다. /연합뉴스

오산기지를 떠난 일부 C-17는 미국과 유럽을 거쳐 6~8일 이집트 인근 지중해 해역을 비행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이 수송기는 5일 오산에서 출발해 미국 앵커리지·뉴저지를 거쳐 독일 스팡달렘 공군기지에 기착한 뒤 그리스를 지나 지중해로 이동한 항적이 포착됐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주한미군과 미군 유럽사령부가 확보하고 있는 패트리엇·사드 용 요격미사일과 합동직격탄(JDAM)·페이브웨이 등 유도 폭탄 장치를 이스라엘·요르단으로 옮겼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오산 기지에는 8일까지도 C-5 수송기 한 대가 대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외신에 따르면 무와파크 살티 공군기지에 배치된 미 육군 사드 레이더 중 한 대가 이란 공습으로 손상된 것으로 나타났는데, 주한미군 사드 레이더를 이동시킬 수 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이미 패트리엇 포대 일부가 C-5 수송기 등에 실려 중동에 배치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6월 이란 핵 시설을 전격 공습하는 ‘미드나잇 해머’ 작전에 앞서 주한미군 패트리엇 포대 8개 중 3개를 중동에 순환 배치됐다가, 같은 해 10월 복귀시켰다. 3개 포대 중 일부만 복귀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주한미군은 전력 이동 및 재배치에 대한 사항은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미국은 대한민국 방위에 대한 확고한 공약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주한미군 전력의 중동 차출이 본격화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한편, FS는 한미가 한반도 전면전 상황을 가정해 연례 실시하는 방어적 성격의 연습으로, 올해는 한국군 약 1만8000명이 참가해 19일까지 진행된다. 미군도 한국군과 비슷한 규모의 병력이 투입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나리오별로 북한의 국지도발이나 전면전 징후가 포착됐을 때를 가정한 1부 훈련은 9~13일, 한미 연합군이 공세로 전환하는 단계인 2부는 16~19일 각각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8일 “이번 FS 연습이 전작권 전환 조건을 평가·검증하는 계기인 만큼 그 부분에도 집중해 훈련할 계획”이라고 했다.

한미 군 당국은 지난달 25일 FS 연습 브리핑에서 “최근 전훈 분석 결과와 도전적 전장 환경 등 현실적 상황을 연습 시나리오에 반영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파병을 통해 현대전을 체험하고 기술을 전수받은 북한 상황이 이번 FS 연습 시나리오에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대규모 드론 공격 방어나 GPS 교란과 같은 전자전 수단 등이 시나리오에 포함됐다는 의미다.

군 소식통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부각된 무인기와 이에 대응한 방공 무기가 현대전의 핵심이라는 점에서 이번 FS 연습도 중동 사태와 상당한 연관성이 있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한미 군 당국은 연합 연습 때마다 북한이 ‘북침 연습’이라며 민감하게 반응해 온 만큼 FS 기간 도발 가능성도 주시하고 있다. 특히 중동 사태를 계기로 북한이 도발 수위를 높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