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지난달 28일(현지 시각) ‘장대한 분노’라는 이름을 붙인 공습 작전으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를 제거하면서, 재차 세계에 ‘FAFO(까불면 죽는다는 속어·F∗∗∗ Around, Find Out)’라는 메시지를 발신했다. 지난 1월 3일 ‘확고한 결의’ 작전으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생포한 지 약 두 달 만이다.
미군은 두 작전에 모두 팔란티어와 앤스로픽의 인공지능(AI) 기술을 이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미국 국민에게 인기가 없는 지상군 투입은 하지 않으면서 압도적 군사력과 정보력, AI 기술력을 바탕으로 작전 초기에 적의 수뇌부를 ‘핀포인트’로 제거해서 정세를 뒤집어 놓는 것이 새로운 전쟁의 양상이 되고 있다”고 말한다.
◇지상군 투입 없이 지도부 제거
미군은 이번 작전 초반에 하메네이와 무함마드 파크푸르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총사령관 등 수뇌부 인사를 집중 폭격해 제거했다. 베네수엘라에서도 공격 명령 3시간 만에 마두로를 생포했다. 개전 초기에 이른바 ‘외과 수술식’으로 수뇌부를 제거하고 있는 것이다. 최기일 상지대 군사학과 교수는 “적군을 대량으로 살상하거나 전면전을 벌이는 방식이 아니라, 적 지도부나 핵심 군사 및 산업 시설 등을 정밀 타격해 전쟁 목적을 달성하는 효과 기반 작전(EBO)의 특징이 나타난다”고 했다.
정밀한 작전을 위해 미국 전쟁부(옛 국방부)는 팔란티어와 앤스로픽의 AI 모델 ‘클로드’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팔란티어는 위성, 레이더, 드론 등에서 수집되는 대량의 정보를 분석해 미군의 작전 기획과 전술 결정을 지원한다. 앤스로픽 AI도 팔란티어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미국 전쟁부의 기밀 분석에 이용되고 있다고 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일 미군이 이란 공습 작전 중에 앤스로픽 AI를 이용했다고 보도했다. AI를 이용해 정보 분석과 잠재적 목표물 확인을 하고, 공격 전에 전장의 시나리오를 시뮬레이션해 봤다는 것이다. 마두로 체포 작전에 앤스로픽 AI가 쓰였다는 보도가 나온 뒤, AI의 윤리적 이용을 강조하는 앤스로픽과 미국 전쟁부는 AI의 군사적 사용 범위를 두고 갈등을 겪어 왔다. 그 탓에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앤스로픽 AI를 모든 정부 기관에서 퇴출시키라고 명령했지만, 불과 몇 시간 후 미군은 이를 활용해 하메네이를 제거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에 대해 “AI 시스템이 미군 작전에 얼마나 깊숙하게 통합돼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평했다.
개전 초기부터 ‘전자전’ 수단으로 적을 압도하는 것도 중요한 특징이다. 미국은 마두로 체포 작전 당시 전자기 펄스(EMP) 등을 이용해 적의 무기 시스템과 병력을 무력화하는 신무기 ‘디스컴버뷸레이터(Discombobulator)’를 사용했다. 미군은 베네수엘라에 이어 이란 공습에도 전자전 공격기 EA-18 ‘그라울러’를 투입해, 이란의 대공 레이더를 무력화하고 이란군의 통신을 교란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보전에서도 우위를 점해 이란 수뇌부의 위치를 확인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참수 작전이 까다로운 이유는 공격 수단이 없어서가 아니라 대상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며 “베네수엘라와 이란 작전을 보며 ‘미국의 정보 파트가 제대로 부활했다’라는 인상을 받았다. 그만큼 정보에 자신이 있으니 움직인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란은 미국의 의도 분석에도 실패했다. 엄효식 한국국방안보포럼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사전에 무력 개입 가능성을 시사했는데도 이란 수뇌부가 한 자리에 모였다가 공습을 받은 것을 보면 지난해 6월 핵 시설 폭격 같은 일부 시설 정밀 타격만 예상하고 수뇌부 제거 작전은 상상도 못한 것 같다”고 했다.
◇北 김정은, 핵에 더 집착할 듯
북한은 이날 “미국과 이스라엘의 후안무치한 불량배적 행태를 가장 강력한 어조로 규탄한다”는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냈다. 전문가들은 하메네이 제거를 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무기 보유’에 더 집착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중국·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동맹인 한·일을 핵무기로 타격할 수 있는 북한을 이란처럼 공습하기는 어렵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 이를 구상한 적 있다.
허버트 맥매스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024년 발간한 저서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1기 행정부 당시 회의에서 “북한군이 열병식을 할 때 그들 군대를 전부 제거하면 어떨까”라고 말해 참모들을 놀라게 한 적 있다고 밝혔다. 미국 언론인 밥 우드워드는 트럼프 대통령을 18번 인터뷰해서 2020년 펴낸 책 ‘격노(Rage)’에서 트럼프 1기 미 중앙정보국(CIA)에 설치된 ‘코리아미션센터’가 ‘북한 지도자를 전복시키는 비밀 공작’을 계획한 적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