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의 중의원 선거 압승을 계기로 미일 동맹이 다시 비약(飛躍)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가 자민당의 과반 의석이 확정된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향한 공개적인 ‘감사 인사’였다. 다카이치는 9일 새벽 0시 30분쯤 X(옛 트위터)에 글을 올려 “지난 5일 트럼프 대통령의 따뜻한 격려 말씀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이번 봄 백악관을 방문해 미·일 동맹을 더욱 강화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미·일 동맹이 평화와 번영을 가져오도록 함께 노력하자”며 트럼프가 앞서 이례적으로 다카이치를 지지하며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올렸던 메시지를 첨부했다.
그러자 트럼프는 트루스소셜을 통해 자민당의 압승을 ‘역사적인 승리’로 평가하며 “다카이치 총리와 그의 연립 여당에 대해 공식 지지를 선언한 것은 나의 영광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보수적 가치와 ‘힘을 통한 평화’라는 의제를 입법으로 추진하는 데 큰 성공이 있기를 기원한다”며 “이처럼 열광적으로 투표에 참여한 훌륭한 일본 국민은 언제나 나의 강력한 지지를 받을 것”이라고 했다.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일본이 강하면 아시아에서 미국도 강해진다”며 “다카이치 총리는 훌륭한 동맹이며 트럼프 대통령과 매우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같은 움직임은 트럼프 1기때 형성됐던 ‘트럼프–아베 신조’ 밀착 관계를 연상시킨다. 트럼프는 당시 아베 일본 총리와 호흡을 맞추며 미일 동맹의 현대화를 이끌었다. 트럼프는 아베가 구상한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전략’을 전폭 수용, 미국·일본·호주·인도가 참여하는 쿼드(QUAD)를 발족시켰다. 미 태평양사령부는 창설 71년 만인 2018년 인도·태평양사령부로 바뀌었다.
미·일 양국은 비슷한 시기에 우주군을 만들어 지구를 넘어서까지 동맹의 외연을 넓혔다. 2019년 5월 나루히토 천황 즉위 직후 일본을 국빈 방문한 트럼프는 ‘보물 같은 미·일 동맹’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당시 아베와 골프를 함께 치는 것은 물론 스모 경기 대회 우승자에게 미국에서 만들어 온 특제 트로피를 시상했다. 이같은 친분을 바탕으로 아베는 트럼프의 대한(對韓)정책은 물론 대북(對北) 정책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트럼프-아베 연대에 비견되는 트럼프–다카이치 관계는 미·중 전략 경쟁이 격화되고, 일·중 갈등이 ‘대만 유사(有事)’ 문제로 심화되는 국면에서 그 속도와 밀도가 주목받고 있다. 중국을 공동의 적으로 설정, 양국의 협력 수위를 높이고 있다.
두 정상은 지난해 10월 도쿄에서 첫 정상회담을 가진 데 이어, 미 대통령 전용 헬기 ‘마린 원’을 함께 타고 요코스카 해군 기지로 이동하며 상징적 장면을 연출했다. 트럼프가 도쿄에서 “우리는 가장 강력한 동맹이며 일본을 돕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든 하겠다”고 한 데 이어 다카이치는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호에서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동맹인 미·일 동맹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겠다”고 했다.
일본은 2010년대 중반 집단적 자위권 법제화 이후 전쟁이 가능한 ‘보통 국가’로 한 단계 더 나아가려 하는데, 트럼프는 여기에 힘을 보탤 것으로 예상된다. 다카이치는 임기 내 ‘전쟁 포기, 전력 불보유, 교전권 부인’을 규정한 헌법 개정을 목표로 하는데, 미·일 동맹을 이를 뒷받침할 핵심 지렛대로 삼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일본의 방위비 증액도 예상된다.
트럼프-다카이치가 이끄는 미·일 동맹의 비약적 강화는 한국에 기회와 위기를 동시에 안겨준다. 미·일 동맹의 강화는 자연스럽게 한·미 동맹을 상향시키는 방향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 한·미·일 3각 협력이 공고하다면, 한국은 외교·안보·경제 전반에서 전략적 이익을 얻을 수 있고, 중국에 대한 대응력 역시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이와는 반대로 모든 사안을 ‘거래’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트럼프의 외교 스타일을 감안하면, 한국의 안보적 중요성을 상대적으로 약화시킬 위험도 내포한다. 최악의 경우, 미국이 관계가 더욱 굳건해진 일본을 통해 동북아를 ‘대리 관리’하는 구조로 재편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과정에서 한국의 중요성이 희미해지고, 6·25 전쟁 직전 미국이 한반도를 방위선 밖으로 설정한 ‘애치슨 라인’ 논쟁도 제기될 수 있다. 미·일 동맹이 자민당의 중의원 선거 압승으로 다시 도약하려는 시점에서, 한국의 외교적 선택과 전략적 판단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