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가운데) 외교부 장관이 3일 인천국제공항에서 미국행 항공기에 탑승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 대한 관세 재인상을 압박하는 가운데, 조 장관은 3일 워싱턴DC에서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과 한미 외교장관회담을 할 예정이다./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한국이 무역 합의를 입법화하지 않았다”며 한국에 대한 관세를 지난해 합의한 15%에서 25%로 재인상하겠다고 예고한 가운데, 조현 외교부 장관이 3일 미국으로 출국했다. 공식적으로는 미국 주도의 ‘핵심광물 장관급 회의’에 참석하기 위한 방미지만, 조 장관은 3일(현지 시각) 워싱턴DC에서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을 따로 만나 관세 문제 등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한미 외교장관 간의 회담은 지난해 11월 양국이 통상·안보 분야 협상 결과를 담은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 자료)’를 발표한 후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미국을 찾았던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기존 합의 유지’란 결론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귀국한 가운데, 외교 수장까지 나서 총력전을 펼치는 모습이다.

조 장관은 3일 오전 출국 길에 기자들과 만나 “양 정부 간 합의된 것이 (우리 국회에서) 입법으로 추진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미국 측에 잘 설명하고 양해를 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이 대미투자특별법을 2월 말~3월 초 처리하겠다고 밝힌 만큼, 지난해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타결된 관세 합의를 유지하자고 설득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은 이미 한국에 대한 관세를 25%로 재인상한다는 내용의 관보 게재를 준비하고 있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이 지난달 29~30일(현지 시각) 이틀간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협의를 진행했는데도 미국의 입장이 달라지지 않자, 외교가에서는 “사실상 합의 파기 상태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조 장관은 출국 전날인 2일 김 장관과 통화하며 대응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통상 라인에서는 일단 대미투자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재인상 방침을 철회하며 상황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지난해 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에 불만을 표하며 국가별 관세 25%에 제재 성격의 관세 25%를 더해 50% 관세를 부과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러시아산 원유 구매를 중단하겠다고 하자 2일 인도에 대한 관세를 18%로 낮춘다고 밝혔다.

하지만 상황이 생각보다 복잡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 외교 소식통은 “미국이 관세 압박에 나선 표면적 이유는 분명 대미투자특별법 처리 지연 때문이지만, 다른 현안들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했다. 미국 정계가 쿠팡이나 여권의 ‘온라인플랫폼법’ 추진을 계기로 한국에서 미국 기업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지는 않나 매우 예민하게 보고 있고, 일부 개신교에 대한 수사와 관련해서도 우려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JD 밴스 미 부통령은 지난달 23일 김민석 국무총리와의 면담에서 이런 문제들을 직접적으로 제기했다.

김재천 서강대 교수는 “패키지 협상을 하는 트럼프 특성상 관세와 다른 이슈가 따로 가기는 어렵다”며 “온플법만 해도 미국 빅테크 기업이 상당히 손해를 보면서 초당적으로 트럼프 행정부에 압력을 넣는 상황”이라고 했다. 박인휘 이화여대 교수는 “(강경한 이민 단속 등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적으로 굉장히 몰려 있는 상황에서 자국의 이익을 위해 일한다는 인상을 주려는 의도도 깔려 있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외교가에서는 통상 문제로 표출된 미국의 불만이 안보 분야 합의 이행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한국의 우라늄 농축,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보와 원자력 추진 잠수함 도입에 원칙적 합의를 했지만, 실제 이행을 위한 실무 협의에는 아직 뚜렷한 진전이 없다. 관세 문제로 농축·재처리 협상도 지연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조 장관은 “현재로서는 그럴 가능성이 작아 보인다”면서도 “(관련 협의를 위한 미국 정부 대표단이) 최대한 빨리 (방한)하도록 이번에 가서 쐐기를 박을 예정”이라고 했다.

한미 관계에 간극이 생기면 4월로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을 계기로 대북 대화를 촉진하려던 정부의 구상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조 장관은 이와 관련해 “(루비오 장관과) 북한 관련 이슈와 한반도 평화, 동북아의 평화 그리고 여러 가지 글로벌 이슈에 대해서도 함께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