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연합뉴스

트럼프 행정부가 23일(현지 시각) 발표한 새 국방전략(NDS)은 ‘북한 비핵화’를 명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대북 억제에 대해 한국이 “책임을 질 능력이 있다”고, 북한 핵·미사일에 대해선 “(미국이) 결정적이지만 제한적인 지원”을 제공하겠다고 했다. 핵우산 등을 제공하겠지만, 재래식 방위는 한국군이 주도적 역할을 하라는 의미로 해석됐다.

전문가들은 “예견됐던 수순이지만 한국은 국방비 증가 등의 부담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며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 커지면서 상황에 따라 그 공백을 메워야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아울러 미국이 군축 협상을 고리로 대북 대화를 추진하면서 이재명 정부도 역할을 찾아나갈 것으로 분석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NDS에 대해 즉각 반응했는데, 24일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불안정한 국제 정세 속에 자주국방은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밝혔다. 국방 예산 증가를 전제로 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등을 가속화하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위주로 설정하고 있는 새로운 안보 전략에 대비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지난해 11월 한미 ‘조인트 팩트시트’에는 전작권 전환 협력과 관련해 ‘한국은 대북 연합 재래식 방위를 주도하기 위한 필수적인 군사적 역량 강화 노력을 가속화하기로 약속했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

미국은 지난해 12월 발표한 국가안보전략(NSS)에 이어 이번 NDS에서도 ‘북한 비핵화’를 거론하지 않았다. 신범철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을 위협으로 인식하면서도 그것을 어떻게 풀 것인지에 대해 자세한 언급을 하지 않은 것은 대화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라며 4월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계기로 미·북 대화를 제안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북한을 ‘핵 보유 세력(nuclear power)’으로 지칭하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대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이재명 대통령도 최근 신년 기자회견에서 핵보유국 인정을 전제로 했다고 할 수 있는 ‘군축(disarmament) 협상’을 언급하면서 보조를 맞췄다.

미국의 우선순위가 본토 방어와 서반구, 중국 등으로 옮겨 가면서 주한 미군의 역할이나 구성 등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임철균 한국전략문제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미국이 본토를 포함한 서반구 중심으로 군사력을 재편한다고 밝혔기 때문에 주한 미군 역할 등 여러 변화 시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콜비 美 전쟁부 차관

25일 방한한 엘브리지 콜비 미국 전쟁부 정책담당 차관이 주한 미군의 역할에 대해 언급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미국의 새 국방 전략 수립에 주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콜비 차관은 2박 3일 일정으로 이날 한국을 방문해 한국의 외교·안보 고위 당국자들과 만나 새 국방 전략을 설명하고 협조를 구할 예정이다. 그는 방한 기간 평택 캠프 험프리스도 찾을 예정이다.

트럼프 행정부도 북핵 위협에 대응하는 ‘핵우산 제공’ 정책을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한국은 독자적인 핵 대칭 전력이 전무한 상황에서, 주한 미군의 역할 변화 등 유사시 상황에 한국이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도 나온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한미 NCG(핵협의그룹)를 통한 대대적 한미 연합 훈련 강화나 미국 전략자산 전개 등 북핵 위협에 대응할 조치들이 이뤄질 거라고 보긴 어렵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