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13일 정상회담에서 ‘조세이(長生) 탄광 수몰 사고’ 유해의 DNA 감정을 추진하기 위한 당국 간 실무 협의 진행에 합의했다. 일본 야마구치현의 조세이 탄광에서는 1942년 해저의 갱도 천장이 무너지며 조선인 노동자 136명 등 총 183명이 수몰됐다. 일본 시민단체 주도로 2024년 민간 모금을 통한 유해 발굴 조사가 시작됐고, 지난해 8월 처음 유해가 발견됐다.
이 대통령은 이에 대해 공동 언론 발표에서 “이번 회담을 계기로 과거사 문제에서 작지만 의미 있는 진전을 이뤄 낼 수 있어 뜻깊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카이치 총리도 “조세이 탄광에서 발견된 유해와 관련해, DNA 감정을 위한 협력을 향해 한일 간 조율이 진전되고 있는 점을 환영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확대회담 모두발언에서 “전후 한국과 일본의 괄목할 만한 성장 과정에서 한국은 일본에게, 일본은 한국에게 크나큰 힘이 되었다는 것은 부인하지 못할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전후 한일 관계를 평가하는 발언을 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하지만 다른 과거사 문제는 언론 발표에 전혀 거론되지 않았다. 이 대통령이 처음 방일한 지난해 8월 한일 양국이 합의해 작성한 공동 언론 발표문에는 이시바 총리가 1998년 오부치 게이조 당시 일본 총리가 식민 지배에 대한 ‘통절한 반성과 사죄’를 표현한 것을 포함해 “역사 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인식을 계승”한다고 말했다는 표현이 있었다.
신각수 전 주일 대사는 “다카이치 총리는 2월 초 총선을 염두에 두고 있어 과거사 문제를 꺼내는 것이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양기호 성공회대 교수는 “과거사에서 가시적 성과를 낼 수 있는 사안을 찾아 일본 시민단체가 오래 해왔고 접근이 쉬운 조세이 탄광 문제를 택한 것 같다”고 했다.
일본 측은 이번 회담을 계기로 초국가(超國家) 범죄에 대해 우리 경찰청 주도로 발족한 국제 공조 협의체에 참여하기로 했다. 양국 공조를 뒷받침할 합의문도 채택하기로 했다. 우리 측은 인적 교류 1200만 명 시대를 맞아 출입국 간소화, 수학여행 장려 등과 함께 IT 분야에 한정된 기술 자격 상호 인정을 다른 분야로 확대하는 방안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