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전격 체포해 압송한 군사작전은 트럼프 2기 외교·안보 노선의 방향 전환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서반구를 둘러싼 세력권 정치의 복귀, 국제 규범보다 국익을 앞세우는 강경 노선, 그리고 중국·러시아를 동시에 겨냥한 전략적 메시지가 담겨 있다는 분석이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장
아산정책연구원의 최강 원장은 “지난해 12월 발표된 트럼프 2기 국가안보전략(NSS)을 그대로 확인시켜준 사건”이라며 “이렇게 빨리 무력을 사용할 줄은 몰랐다”고 했다.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강조돼 온 ‘서반구 우선’ 기조가 선언적 수준을 넘어 실제 군사행동으로 전환됐다는 것이다.
최 원장은 “트럼프가 NSS에서 그동안 방치됐던 서반구에서의 우위를 회복, 다른 나라가 군사적 영향력을 갖거나 이 지역의 자원을 착취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했다”며 “이번 작전이 이를 행동으로 옮긴 사례”라고 분석했다.
그는 트럼프가 서반구에 집중하는 먼로주의적 사고와 자신의 전략을 결합한 이른바 ‘돈로주의’를 공식화한 것으로, 트럼프 대외 정책의 중대한 전환점으로 평가했다.
최 원장은 이번 조치가 “베네수엘라만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아메리카 대륙 전반에서 세력권 정치를 분명히 하겠다는 뜻”이라며 다른 국가들에 대해서도 상황에 따라 무력 사용이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했다. 특히 베네수엘라가 그동안 친중·친러 성향이 강했던 점을 감안하면, 중남미 지역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개입을 배제하겠다는 강력한 신호를 보냈다는 것이다. 또 미국을 ‘페이퍼 타이거(종이 호랑이)’로 보는 시각에 대해서도 경고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최 원장은 “국제사회가 미국을 경시하고, 트럼프의 국내 지지율이 하락하는 시점에서 정책 전환의 승부수를 던진 것”이라며 이번 사태는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약화와 국제정치 규범의 해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한석희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원장을 지낸 한석희 연세대 교수는 중국의 입장에서는 베네수엘라가 석유 수입을 포함한 중남미 전략의 핵심 거점 국가라는 점에서 중국이 받은 충격이 크다고 했다. 한 전 원장은 미·중 관계가 지난해 경주 APEC 때 열린 미·중 정상회담 이후 비교적 안정적으로 관리돼 왔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다시 긴장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트럼프는 이번 침공을 통해 중국에 중남미에서 손을 떼라는 메시지를 보냈지만, 중국은 그럴 의사가 없다”며 양국이 대만뿐만 아니라 중남미에서도 충돌할 가능성을 우려했다. 오는 4월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이 예정돼 있지만, 미국의 서반구 ‘세력권’ 유지 문제를 둘러싸고 양국 간 공방이 격화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한 전 원장은 그동안 베네수엘라를 지원해 온 러시아도 트럼프의 공격을 강하게 비난했다며 “트럼프와 푸틴의 관계 설정이 더욱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그는 러시아와 중국이 이번 사태를 주변국에 대한 자국의 무력사용을 정당화하는 논리로 사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부소장
세종연구소의 정성장 부소장은 “미국이 군사작전을 통해 베네수엘라의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한 데 대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크게 놀랐을 것”이라며 북한 내부에서 김정은 신변 경호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정은은 미국이 북한을 상대로 동일한 군사작전을 감행하지 못할 것으로 판단하면서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내부 단속과 통제를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정 부소장은 “이번 사태를 통해 김정은은 트럼프를 더욱 신뢰할 수 없는 상대로 인식하게 될 것”이라며 제9차 당대회에서 핵 무력과 재래식 군사력 강화를 더욱 강조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미국이 ‘김정은 참수 작전’ 계획을 갖고 있지만, 북한이 핵무기와 ICBM 등 보복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실제 실행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 만약 미군 특수 부대에 의해 김정은이 압송되는 상황이 발생하면, 박정천 당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나 김여정 당중앙위원회 부부장이 주도해 미국이나 한국에 대한 핵 공격 위협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정 부소장은 이번 사태가 트럼프와의 정상회담에 대한 김정은의 태도를 더욱 소극적이고 부정적으로 만들 가능성이 크다고 보면서도, “중국이 변수”라고 했다. 오는 4월 트럼프의 방중 시 시진핑이 김정은을 베이징에 국빈 초청할 경우, 미·북 양자 또는 미·중·북 3국 정상 회동이 성사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