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연말까지 지급됐어야 할 육·해·공군과 해병대의 ‘전력 운영비’와 방위사업청의 ‘방위력개선비’ 등 최소 1조3000억원의 국방비가 미지급된 것으로 4일 전해졌다. 국방 분야 예산이 1조원 이상 이월돼 1월에 집행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복수의 군 관계자는 말했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국방부는 지난달 31일 기준으로 국방예산 1조3000억원을 재정경제부로부터 전달받지 못했다. 여기에는 각군 전력운영비 약 4500억원, 방위사업청의 예산 약 8000억원 등이 포함됐다고 한다.

각군의 전력운영비는 장병 인건비와 부대 외주사업비, 민간조리사와 청소인력 용역 대금, 일선 부대의 물품구매비, 연말연시 장병 격려 행사비 지급 등에 쓰인다. 이번 예산 지급 지연으로 현역 군인들의 월급과 수당에는 영향이 없었지만, 일선 부대 운영에 차질을 줄 수 있다. 육군 관계자는 “해가 바뀌도록 업체에 대금을 지급하지 못해 관련 민원이 우려되는 사안이 있고, 일부 민간 조리사는 월급 못 받는 거 아니냐는 걱정도 하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방산 소규모 협력업체에 대한 대금 지급이 지연되면서 현금 흐름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방사청에서 무기 대금을 못 받은 업체 중엔 현무 지대지 미사일, 한국형 전투기 KF-21 같은 전략자산 양산 관련 업체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와 방사청은 “재정 당국과 협조해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부처 간 책임 공방도 벌어지고 있다. 국방부는 “예산 요청을 제때 했는데 재정경제부에서 지급이 늦어졌다. 관련 증빙도 갖고 있다”고 했다. 반면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지난달 31일까지 2025년 세입이 다 안 들어오기 때문에 매년 발생하는 통상적인 일”이라며 “국방부·방사청이 이월명세서를 오는 20일까지 제출하면 지급이 가능하고, 이월해서 집행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이월 규모는 전 부처를 통틀어 많이 발생할 때에는 한 해에 5~6조원도 발생한다”고 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재정경제부가 연말에 예산 지급 요청이 몰리고 세수 부족으로 각 부처 예산 배정액을 줄인 것 같다”면서도 “안보 상황도 녹록지 않은데 국방 예산을 홀대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