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이 올해부터 3사관학교와 군장학생 장교 중 인사·정훈 병과 소위 임관자도 보병 소대장을 맡도록 했다. 그동안은 육군사관학교 출신 장교만 병과에 상관없이 소대장으로 복무해 왔으나, 초급 간부 인력 부족이 심각해지자 규정을 바꾼 것이다. 하지만 군 안팎에서는 ‘땜질식’ 처방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육군 5사단 GOP 장병들이 철책을 따라 경계작전을 수행하는 모습./육군

2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육군은 지난해 말 이 같은 인사 방침을 확정하고 올해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3사 및 군장학생 출신 학군장교(ROTC)와 학사장교 중 전투 병과가 아닌 기술·행정 병과로 분류되는 인사·정훈 임관자도 의무적으로 소위 시절 소대장으로 복무하게 됐다.

통상 초임 소위가 맡는 소대장은 전방 사단 등에서 1개 소대 병력(30명 안팎)을 지휘·통솔하고 관리·감독하는 역할을 맡는다. 임관 후 10년 복무가 원칙인 육사는 소대장을 통해 리더십을 키운 뒤 병과 전문성을 쌓는다는 이유로 기술·행정 병과 등도 보병 소대장을 맡아왔다. 반면 3사(6년 근무)와 ROTC(육군 28개월), 학사장교(36개월) 등은 전투 병과가 아니면 소대장으로 근무하지 않았다.

하지만 육군이 올해부터 3사와 ROTC·학사장교(군 장학생) 인사·정훈 병과를 보병 소대장으로 보직하기로 한 것은 초급 장교 부족 현상이 일선 부대까지 확대됐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유용원 의원에 따르면 전방사단 소대장 보직률은 2022년까지는 100%가 넘었지만, 매년 감소해 지난해에는 93.8% 수준이었다. 일부 사단은 보직률이 89.6%인 곳도 있었다. 최전방을 지킬 소대장마저 부족해진 것이다.

군 소식통은 “1년에 임관하는 3사 출신 인사·정훈 병과 소위는 30여 명이 안 될 텐데 이들마저도 소대장 자원으로 데려다 써야 할 정도로 장교 부족 문제가 심각하다는 방증”이라며 “전방 GP·GOP에서 병력을 관리해야 할 장교마저 부족하니 가능한 인력은 모두 가져다 쓰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소대장 부족 현상은 육군 초급 간부 모집의 핵심 통로였던 3사와 학군 장교 충원률이 떨어진 것이 핵심 원인으로 지목된다. 3사는 정원이 500여 명이지만 지난해 임관자는 300명대로 내려앉았다. 육군 ROTC는 2021~2023년 정원 대비 임관률이 88~89%를 유지했지만 2024년 68.6%, 지난해 77.4%로 80%를 밑돌았다. 육군 병장 월급이 200만원대로 급격히 상승하며 장교 복무의 금전적 이득이 사실상 사라진 것. 병사 관리 부담은 나날이 늘어나며 장교의 책임만 강조되는 사회 문화 변화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엄효식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총장은 “인공지능(AI)·무인체계를 강조하는데 그게 다 사람 없이 할 수는 없는 것”이라며 “인력 부족 문제가 심각한데 육군 최고위급 인사는 ‘공간 개선’을 강조하며 마치 대단한 것처럼 포장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했다.

육군은 “초임 장교 부족 예상에 따라 장기 복무 선발 비율 확대, 지휘참모과정 편성 인원 조정, 장교 후보생 추가 선발 등을 통해 보완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했다.

유 의원은 “소대장은 최전선에서 병사들을 직접 지휘·통솔하는 ‘창끝부대 전투력’의 핵심인데 단순히 인력 부족을 메우기 위해 행정병과 장교에게까지 소대장 보직을 확대하는 방식은 분명한 한계가 있다”며 “소대장에게 부여되는 책임에 상응하는 처우 개선과 근무 여건의 획기적 혁신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고 했다.

한편 안규백 국방장관은 2일 신년사에서 “이미 예견된 인구 절벽 상황에서 미래 군 구조 개편은 선택이 아니라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생존의 문제”라며 “올해가 병역 자원 급감에 대응할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이라는 절박한 심정으로 여러분의 모든 의지와 역량을 결집해줄 것을 강조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