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의 4~7일 중국 국빈 방문을 앞두고 중국과 대만 양안(兩岸)의 긴장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중국군이 지난달 29~30일 실사격을 포함한 대만 포위 훈련을 한 데 이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일 신년사에서 “양안 동포는 물보다 진한 피를 나눈 사이고, 조국 통일의 역사적 대세는 막을 수 없다”고 했다. 라이칭더 대만 총통은 이날 신년 담화에서 “중국의 엄중한 군사적 야심에 직면”해 “국가 주권을 확고히 수호”하겠다면서 ‘국방 특별 예산 투자’를 발표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31일 이뤄진 한·중 외교장관 통화에서 중국 측은 한국에 ‘하나의 중국’ 원칙 준수를 재차 요구했다. 한중 정상회담에서도 대만 문제에 대한 한국의 명확한 입장 표명을 원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외교 소식통은 “정상회담 물밑 조율 과정에서 중국 측이 한국에 ‘대만의 독립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달라는 요구를 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국방장관, 신년 지휘비행… 국산 전투기 편대가 엄호 새해 첫날인 1일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탑승한 공군 조기경보통제기 ‘E-737 피스아이’(맨 왼쪽)가 KF-21 등 국산 전투기 편대의 엄호를 받으며 비행하고 있다. 안 장관은 ‘하늘의 지휘소’로 불리는 E-737에서 지휘 비행을 하며 각지에서 임무 수행 중인 해군 광개토대왕함장, 공군 비행편대장, 해병대 6여단 대대장 등과 통화하고 군사 대비 태세를 점검했다. /공군

조현 외교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과 이 대통령의 국빈 방중을 조율하기 위한 전화 통화를 가졌다. 우리 외교부는 1일 새벽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양국 모두의 새해 첫 국빈 정상외교 일정으로서 이번 국빈 방중의 성공을 위해 긴밀한 소통을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도 왕 부장이 “양국 정상의 전략적 지도 아래 한중 관계가 침체기를 벗어나 정상 궤도로 돌아왔다”며 “이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중시하고 환영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국 측 발표에는 우리 발표에 없는 ‘대만’에 관한 내용이 비중 있게 포함됐다.

왕 부장은 “올해는 항일전쟁 승리 80주년”이라며 “일본의 일부 정치 세력이 역사를 후퇴시키려 시도하고 침략·식민 범죄를 복권하려고 하고 있다”고 했다. 또 “이에 대해 한국 측은 역사와 인민에 책임지는 태도를 갖고, 올바른 입장을 취하며, 대만 문제에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반드시 지키는 것(恪守)을 포함해 국제 정의를 수호할 것이라 믿는다”고 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지난해 11월 대만을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이 충돌하는 경우를 “(일본의) 존립 위기 사태로 본다”며 일본 자위대의 개입을 시사했고 이후 중일 관계는 극도로 악화했다. 왕 부장은 이런 일본을 비난하며, 한국은 1992년 한중 수교성명에서 밝힌 “대한민국 정부는 중화인민공화국(PRC) 정부를 중국(China)의 유일 합법 정부로 승인하며, 오직 하나의 중국만이 있으며 대만은 중국의 일부라는 중국 측의 입장을 존중한다”는 원칙을 지키라고 한 것이다. 강준영 한국외대 교수는 “한·미·일 공조를 하는 한국을 향해 일본처럼 대만 편을 들지 말라는 메시지를 준 것”이라고 했다.

중국 측은 조 장관이 이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은 대중 협력을 매우 중시”하고 있으며 “하나의 중국 입장을 존중하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했다고 전했다. 우리 측이 발표하지 않은 조 장관의 발언을 공개하며 ‘쐐기’를 박으려 한 것이다.

하지만 대미 관계 등을 고려할 때 대만 문제에서 우리가 중국의 보조를 맞출 수는 없다. 지난해 한미 정상회담 조인트 팩트시트에는 “양안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독려”하고 “일방적 현상 변경에 반대”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미국 측은 대만 유사시 주한미군의 개입 가능성을 시사하며, 한국군도 인도·태평양에서 더 많은 역할을 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해 시 주석의 국빈 방한 때처럼 이번 한중 정상회담에서도 안보 관련 공동성명 등은 발표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 소식통은 “중국 측은 북한을 의식해 ‘한반도 비핵화’를 문서화하기를 꺼리고, 우리도 대만 문제를 섣불리 언급할 수 없다”며 “그보다는 양자 관계와 민생 성과에 집중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여권 일각에서 기대해 온 이 대통령의 중·일 사이 ‘중재 역할’도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통령은 이달 중순쯤 방일해 다카이치 총리를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