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신문은 29일 "28일 조선서해해상에서 장거리 전략 순항미사일발사 훈련이 진행됐다"면서 "김정은 동지께서 전략순항미사일 발사 훈련을 참관했다"라고 보도했다. /노동신문 뉴스1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9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전날 서해상에서 장거리 전략 순항미사일의 발사 훈련을 했다고 밝혔다. ‘발사 훈련’이란 표현을 쓴 것은 이미 실전 배치된 미사일이란 뜻으로 해석된다. 김정은은 훈련을 참관한 뒤 “국가 핵 전투 무력의 무한대하고 지속적인 강화 발전에 총력을 다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 내년 초 9차 당대회를 앞두고 김정은의 군사 분야 성과를 과시하는 한편, 미국에 ‘비핵화 협상은 없다’는 메시지를 거듭 보내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날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28일 발사한 전략순항미사일들은 1만199초(2시간 49분 59초), 1만203초(2시간 50분 3초) 간 서해 상공에 설정된 비행 궤도를 따라 비행해 표적을 명중 타격했다”고 보도했다. 우리 합동참모본부도 29일 “전날 오전 8시쯤 북한 순안 일대에서 발사된 순항미사일 수발을 포착했다”고 했다. 북한은 미사일의 사거리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비행 시간을 고려하면 약 1500~2000㎞ 가량 비행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반도와 일본 주요 섬은 물론, 오키나와에 배치된 주일미군 기지를 타격할 능력을 갖춘 것이다. 북한은 해당 순항미사일에 소형화한 전술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북한 노동신문은 29일 "28일 조선 서해 해상에서 장거리 전략 순항미사일발사 훈련이 진행됐다"면서 발사 사진과 표적을 명중시키는 여러장의 사진을 공개했다./노동신문 뉴스1

조선중앙통신은 지상 발사대에서 발사된 미사일이 서해 상의 섬으로 추정되는 지역의 표적용 콘크리트 건물의 창문을 통과해 내부에서 폭발하는 사진을 공개했다. 과거에도 발사한 적 있는 화살-1 순항미사일을 다시 시험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정확도가 크게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북한이 지난해 2월 화살-1 순항미사일이 건물을 타격하는 모습을 공개했을 때는 건물 창문이 아닌 벽면을 뚫고 타격했다.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은 “표적 건물의 약한 부분인 창문을 관통해 건물 저층부 중심에서 폭발, 표적 건물을 완전히 붕괴시킨 것으로 보인다”며 “이전에 비해 정확도가 크게 상승한 것으로, 러시아로부터 개량형 유도 부품 등을 지원 받았을 수 있다”고 했다.

지난 23일 미 해군의 원자력 추진 잠수함 ‘그린빌’이 부산에 입항하자, 북한 국방성 대변인은 24일 “상응한 대응 조치를 고려하게 될 것”이란 담화를 냈다. 김정은은 같은 날 신형 고공 장거리 대공 미사일의 시험 발사를 참관했다. 25일 ‘핵 전략 공격 잠수함’의 건조 사실을 공개하며 “핵무장화를 계속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했다. 신범철 전 국방차관은 “내년 4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계기로 미북 접촉이 이뤄질 것이라 예상되는데, 거기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정빛나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북한이) 국방성 대변인 명의 담화와 핵추진 잠수함 건조 사실을 공개 보도한 데 이어서 28일 연쇄적으로 순항미사일을 발사하며 핵무력 강화 추진 의지를 드러낸 것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저해하는 행위”란 입장을 냈다. 그러나 이를 북한의 ‘도발’로 규정하거나 ‘규탄’하지는 않았다. 국방부 관계자는 “(유엔 안보리 결의로 금지된) 탄도미사일 발사가 아니라, 순항미사일 발사를 이유로 규탄 성명을 낸 적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