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군수공장을 방문해 미사일 및 포탄 생산능력 확대를 지시하고 현대화 및 신규 군수공장 설립 계획을 공개했다. 조선중앙통신은 26일 김 위원장이 '중요 군수공업기업소'를 현지지도하고 올해 미사일 및 포탄 생산부문 실적과 4분기 생산 실태를 보고받았다고 보도했다./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복수의 군수공장을 방문해 미사일·포탄 생산 능력 확대를 지시했다고 북한 매체가 26일 보도했다. 김정은은 4분기 미사일 및 포탄 생산 실태를 점검하면서 “우리 군대 미사일 및 포병 무력의 전망적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앞으로 제9차 당 대회가 결정하게 될 새로운 군수공업기업소들을 계획대로 설립해야 한다”고 지시했다고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

북한은 전날 8700t급 ‘핵동력 전략 유도탄 잠수함(SSBN·핵잠)’ 건조 현장 시찰 장면을 공개한 데 이어 이날 재래식 무기 생산 현장을 홍보했다. 군 당국은 김정은이 최소 3곳의 군수공장을 방문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반도 전역이 사정권인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KN-23 생산 공장, 탄도미사일 탄두 제조 공장, 240㎜ 방사포(다연장 로켓포) 포탄 공장 등이다. 특히 KN-23 미사일 공장에서는 탄두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의 조립이 완료된 KN-23 약 90개가 늘어서 있는 모습이 확인됐다. 대량 생산 능력을 과시하려는 의도로 해석됐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러시아에 포탄과 미사일을 제공하는 대가로 받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과거의 낙후된 군수 공장들을 현대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핵 보유를 넘어 재래식 무기도 첨단화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러시아 지원을 바탕으로 조기경보통제기, 공대공·지대공 미사일, 탄소섬유 등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소재·부품 등을 개발 중이라고 보고 있다. 8700t급 핵잠 원자로는 러시아에서 통째로 들여왔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북한은 지난 24일에는 ‘북한판 사드’로 추정되는 지대공미사일을 발사했는데, 일부 전문가는 러시아의 지대공미사일인 S-400 계열 기술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편 대통령실과 군은 8700t급 핵잠 공개 등 북한의 ‘위협’에 대해 이틀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도 열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의 핵잠 건조 주장이 처음 나온 것도 아니고, 내부 선전용 보도일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매번 대응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고 했다.

군 소식통은 “북한이 핵잠을 성공적으로 건조할 경우 미국에 대한 핵 타격 능력을 확보해 한국에 대한 미국의 ‘핵우산’ 전개 의지를 약화시킬 수 있다”며 “안보는 늘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하는데 NSC조차 열지 않았다는 것은 우려스럽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