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조8000억원 규모 한국형 이지스 구축함(KDDX) 사업이 2년간의 표류 끝에 경쟁 입찰로 결정됐다.
방위사업청은 22일 방위사업추진위원회(방추위)를 열고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지명경쟁입찰을 통해 KDDX 사업자를 선정한다고 의결했다. 방사청 관계자는 “경쟁을 통해서 공정성을 추구하자는 주장이 많았다”고 했다.
이에 따라 방사청은 상세설계 및 선도함(1번함) 건조에 대한 입찰 공고를 내고 제안서를 받아서 사업자를 결정하기로 했다. 방사청 관계자는 “내년 말까지는 계약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방사청은 당초 수의계약을 가장 효율적인 사업방식으로 봤다. 하지만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5일 “군사 기밀을 빼돌려서 처벌받은 곳에 ‘수의 계약을 주느니 마느니 하는’ 이상한 소리를 하고 있던데, 그런 것 잘 체크하라”고 발언한 이후 경쟁입찰로 사업 추진 방식이 바뀐 것이다.
통상 함정 사업은 기본설계를 담당한 회사가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수의계약을 맺어왔다. 하지만 KDDX 기본설계를 담당했던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이 2010년대 중반 KDDX 관련 기밀을 유출했고, 회사 차원의 보안 감점을 받게 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이 대통령이 사실상 HD현대중공업과의 수의계약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냈기 때문이다. 방산업계에서는 결국 이 대통령 발언 취지대로 수의계약이 아닌 경쟁입찰로 사업 방식이 결정됐다는 말이 나온다.
관건은 HD현대중공업에 보안벌점이 적용될지 여부다. 방사청은 보안벌점을 적용할지, 적용하면 몇점을 적용할지에 대해 내부 검토 중이다. 기본설계를 한 HD현대중공업이 다른 평가에서 한화오션보다 더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견해인 상황에서 보안 벌점이 변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KDDX 사업은 2030년까지 6000톤급 국산 기술로 만든 이지스급 구축함 6척을 확보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해군이 운용 중인 광개토대왕급 구축함 3척 등 최소 6척이 2028년~2032년쯤 퇴역 예정인 것을 고려한 것이다. 하지만 사업자 선정이 내년으로 미뤄지게 되면서 적기 전력화가 가능할지에 대해서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