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연합연습으로 다져진 신뢰 덕분에 화재 진압 작전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제이슨 S 라웁(50) 미 2사단 2전투항공여단장(미 육군 대령)은 지난 3월 경남 산청 산불 화재 당시 항공 대응팀을 조직해 산불 진화를 도왔다. 2전투항공여단은 아파치와 블랙호크 등 헬기를 주력으로 운용하는 미 육군 항공 부대다. 당시 주한미군은 UH-60 블랙호크 헬기 4대 및 병력 60명을 투입했고, 총 157회에 걸쳐 약 63만5000리터의 물을 살포했다.
라웁 대령은 꾸준한 한미연합훈련과 실사격훈련이 화재 진압 당시에도 ‘파이트 투나잇’을 할 수 있었던 이유라고 설명했다. 라웁 대령은 본지 인터뷰에서 “산불 진압 시 시야 확보와 헬기 간 충돌 위험이 가장 크지만, 우리 부대에 배속된 한국군 장교 및 부대원들이 헬기에 동승하고 지휘소에서 소통을 도와준 덕분에 위험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었다”며 “화재 진압 작전은 ‘같이 갑시다’ 정신을 실천하는 한미 동맹의 상징과도 같았다”고 말했다.
라웁 대령은 “평소 훈련에 화재 진압은 없지만 헬기 실사격 훈련 시 늘 물을 포대에 담은 헬기가 화재 예방을 위해 대기하게 된다”며 “실전적 훈련으로 병력이 숙달돼 있다 보니 화재 상황에서도 능숙하게 대응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한반도에서는 혹시 모를 상황(just in case)을 위해 훈련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파트너와 함께 구체적인 목표를 가지고 훈련하기 때문에 (지휘관으로서) 젊은 병사들에게 목적 의식을 심어주기가 매우 쉽다”고 덧붙였다.
라웁 대령은 1993년 육군 보병으로 입대해 1994년 이등병으로 한국에 처음 왔다. 첫 해외 파병이었다. 2000년 학군 장교로 임관한 뒤 아프가니스탄에 두 차례, 이라크에 한 차례 파병을 다녀왔다. 다시 한국에 돌아온 것은 2024년이었다. 그는 “인생의 한 주기가 완성된 느낌”이라고 했다. 이등병으로 한국에 왔을 당시 신혼이었던 그는 곧 32번째 결혼기념일을 맞는다고 했다. 딸과 아들, 두 손녀를 뒀다. 아들 트리스탄은 대를 이어 미 육군에서 복무하고 있다.
라웁 대령은 “1994년 한국에 처음 왔을 때와 2024년 한국은 완전히 딴판”이라며 “한국의 발전상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했다. 라웁 대령은 “한국 음식의 열렬한 팬”이라며 “군이 허락한다면 또 한국에 파병을 오고 싶다”고 했다. 한국 합기도를 7년 동안 수련한 유단자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