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이 18일 오전 군사법원에 증인으로 출석해 “내가 내린 결정에 따라 할 일 한 사람들인데 참 미안하고, 밤늦게까지 기도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진행된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윤 전 대통령은 여인형 측 변호인으로부터 “피고인을 포함해 수많은 군인이 수사 등으로 고통받고 있는데 증인의 입장이나 말씀이 있나. 마침 군사법정이다”라는 질문을 받았다. 윤 전 대통령은 “참 안타까운 일”이라며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윤 전 대통령은 최근 방첩사가 계엄 연루 인원 181명을 인사 조치한 것과 관련, “방첩사는 이 일에 관여한 것도 별로 없다”며 “이러한 것을 빌미로 국가 안보 핵심 기관을 무력화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를 들면 과거에 군이 쿠데타를 했다고 해서 군을 없앨 수는 없는 것 아니냐. 그렇지 않느냐”고도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이날 증인으로 출석해 “검찰이 위증 기소를 남발하기 때문에 어떤 질문에 대해서도 기본적으로 증언을 거부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일부 질문에는 답변했다.
윤 전 대통령은 “비상계엄은 처음부터 반나절이었고 국민에게 경각심을 호소하기 위한 것”이란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지난해 총선 한 달 뒤인 5~6월 삼청동 안가 만찬에서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언급했다는 여 전 방첩사령관 주장에 대해서는 “그날 업무 보고를 받고 소주와 맥주를 섞어서 많이 마신 거 같다. 자기(여 전 사령관)도 술이 많이 취해서 과한 액션으로 무릎 꿇었다고 하는 거 보면”이라면서 “저도 거기에 대해서 잘 기억이 안 나는 것 같다. 제가 취해서 기억이 안 나는데, 그렇다고 하니 그런가 보다 하고 있다. 그렇게 이해해 달라”고 했다. 계엄 직후 여 전 사령관과 통화한 내용에 대한 질문에는 “방첩사가 사이버사를 인솔해서 선관위로 간다고 (김용현) 장관에게 들었기 때문에 출발했는지 물어보려고 했던 것 같다”면서도 “그때는 다 퇴근해서 방첩사에 간부들이 복귀도 안 한 상태였는데, 여 전 사령관이 방첩사 간부들이 아직 청사에 들어오지도 않았다는 얘기를 (나한테) 하기 뭐 하니까 말을 돌리다 보니 서로 통화 내용에 대한 기억이 없는 게 아닌가”라고 했다.
윤 전 대통령은 군검찰이 ‘내란 우두머리’라는 표현을 쓰자 “내가 내란 우두머리로 기소된 사람이지, 내란의 우두머리인가”라고 반문했다. 군 검찰의 ‘과한 음주로 기억이 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그렇게 질문하면 앞으로 검찰 질문은 다 거부하겠다”고 했다.
윤 전 대통령은 군검찰이 사실상 자신에 대한 피고인 신문을 진행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특검도 오늘 재판에 온 것 같은데, 절 위증으로 어떻게든 엮으려고 특검이 물어봐달라는 것을 군검찰이 계속 묻고 있다”고 주장했다.
윤 전 대통령의 군사법원 출석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 전 대통령은 군사법원 증인으로 출석하면서 약 1년 만에 용산에 돌아오게 됐다. 윤 전 대통령은 2차 탄핵소추안 표결 이틀 전이었던 지난해 12월 12일 대통령 집무실을 잠시 찾았던 것이 마지막 용산 방문으로 알려졌다. 이날은 윤 전 대통령의 65번째 생일이기도 하다.
한편 국방부는 이날 12·3 비상계엄 후속 조치로 19일 곽 전 특전사령관, 여 전 방첩사령관, 이 전 수방사령관, 고현석 전 육군참모차장, 문 전 정보사령관 등 8명에 대해 징계위원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국방부 정빛나 대변인은 “12·3 불법 비상계엄 관련자에 대해서는 엄중히 문책하고 그 과정 또한 법과 규정에 따라서 엄정하고 신속하게 처리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해임 이상의 중징계가 나올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이에 따라 현역 신분으로 군사법원에서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주요 사령관들은 징계를 받고 군복을 벗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