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6일 제주시 연동 산록북로에 위치한 박진경 대령 추모비 옆에 바로 세운 진실 이라는 제목의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장경식 기자

국방부는 1948년 제주 4·3사건 수습을 맡았다가 암살당한 고(故) 박진경 대령의 무공훈장 서훈 취소에 대한 검토를 진행 중인 것으로 16일 전해졌다. 전날 이재명 대통령이 박 대령의 국가 유공자 취소 검토를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상훈법에 따르면, 국방부는 서훈 공적이 거짓으로 밝혀진 경우 서훈 취소를 요청할 수 있다. 하지만 1950년 수여된 을지무공훈장 관련 공적 기록이 남아 있지 않아 판단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무공훈장은 5등급으로 나뉘며, 을지무공훈장은 1등급인 태극무공훈장 다음 등급이다.

정부는 6·25 전쟁 중이었던 1950년 12월 30일 박 대령에게 을지무공훈장을 수여했다. 암살로부터 2년 6개월 뒤였다. 본지 취재에 따르면, 훈장 증서에는 “멸공전선에서 제반애로를 극복하고 헌신분투하여 발군의 무공을 수립하였다”고 적혀 있다고 한다.

고(故) 박진경 대령

이를 뒷받침할 공적 자료는 현재 국방부에 없다고 한다. 정빛나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박 대령의 무공훈장 수훈 자료와 관련해 “1950년에 서훈된 것이기 때문에 사실 지금 자료 확인이 어렵다”고 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6·25 전쟁 중에 훈장을 수여한 것인데 전쟁 과정에서 관련 기록이 유실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국방부는 공적 자료가 없는 만큼, 정부가 2003년 발간한 ‘제주 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 등의 정부 공식 기록을 살펴보고 무공훈장 서훈 취소가 가능한지를 판단하겠다는 입장이다. 군 일각에서는 “정부 보고서만으로는 구체적 내용 확인이 어려워 국방부가 자체적으로 무공훈장 서훈 취소를 결정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부 내에서는 4·3특별법 개정을 통해 무공훈장 서훈을 취소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5·18 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 제7조(상훈 박탈)는 5·18 진압 공로로 받은 상훈은 서훈을 취소하고 훈장을 환수한다고 정했다. 약 80명 안팎의 서훈이 이에 따라 취소됐다.

현재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에는 5·18과 달리 상훈 박탈 조항이 없는데, 법 개정을 통해 관련 조항을 신설할 경우 박 대령의 무공훈장 서훈을 취소할 수 있다는 논리다.